개발원조 통해 일어선 韓
국제사회 기여는 아직 미흡
기업들, 순이익 10% 환원
선한 이익 캠페인 동참을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명예교수
자유시장 경제는 많은 국가에 전례 없는 번영을 선사했다. 인류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생활 수준과 장수를 누리고 교육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개인 간 연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러나 풍요의 이면에는 여전히 약 8억명의 사람들이 하루 3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생존하는 냉혹한 현실이 존재한다. 세계은행의 진단처럼 이들은 자신과 부양가족의 기본적인 식사나 주거조차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절대적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우리는 이제 자본주의가 만든 막대한 생산성과 부를 모든 이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도덕적 책임 앞에 서 있다. 1950~1960년대에는 정부의 공적 원조가 핵심 수단이었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한국이다. 국제사회의 개발원조는 오늘날 한국이 누리는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2010년 한국은 원조 수혜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정식 공여국으로 전환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으며, 이는 국민의 끈기와 기업가 정신을 증명하는 역사적 성취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정부 차원의 원조는 여전히 부족하다. 유엔이 제시한 국민총소득 대비 0.7% 목표는 달성된 적 없고,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규모도 0.21%에 머문다. 정부가 책임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도덕적 의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얕은 연못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이를 발견했을 때 우리가 옷이 젖는 정도의 작은 손실을 감수하고 아이를 구하는 것이 마땅하듯 비교적 적은 희생으로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당연히 실천해야 할 책무다. 우리와 그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이 원칙을 바꾸지 않는다.
이러한 논리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선한 이익(Profit for Good)' 운동은 기업이 세금을 내고 재투자한 이후 순이익의 최소 10%를 사회에 환원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소비자에게 해당 기업의 제품을 기꺼이 선택하게 만들고, 직원들에게는 세상을 개선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줌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력이 된다. 이미 이케아, 파타고니아, 노보 노디스크, 리추얼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를 실천하며 증명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의장 부부의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참여로 변화가 시작됐다. 10%가 부담스럽다면 5% 이하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실천이 널리 확산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현재 전 세계 기업 이익은 약 10조달러에 달하지만 기부 규모는 1%에도 못 미친다. 만약 이익의 10%가 검증된 기관에 기부된다면 기아와 질병을 줄이고 수백만 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하며 환경 문제 해결에도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예컨대 말라리아 퇴치 재단은 적은 비용으로도 놀라운 효율성을 보여준다. 오는 4월 29일 성균관대학교 강연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이 운동의 선두에 서기를 기대한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의미와 성취감은 그 어떤 이익보다 값진 유산이 될 것이다.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