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정책 수단 총동원
휘발유·경유 2차 최고가격 고시
주유소선 2000원 안팎 팔릴 듯
나프타 재고 정부에 일일 보고
요소·요소수 매점매석도 단속
쌀 10만톤 공급·계란 추가 수입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유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 경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9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제품에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데 이어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에는 생산·수출·분배 통제 조치를 발동했다. 동시에 상반기 공공요금은 동결하면서 43개에 이르는 민생 품목은 특별관리품목으로 지정해 물가를 관리한다. 중동전쟁으로 인해 원유 가격이 이례적인 수준으로 급등하자 민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산업통상부는 27일 0시부터 5개월간 ‘나프타 수출 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을 고시·시행한다고 밝혔다. 나프타 수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필요한 경우 정부가 사업자에게 나프타 생산·공급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나프타 생산·활용 사업자로부터 매일 생산·도입·사용·재고량을 보고받고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나프타 재고가 특별한 사유 없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경우 조정 명령을 할 예정이다. 다만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나프타 수출이 가능하다.
나프타는 반도체·자동차·전자와 같은 주요 산업의 핵심 자재일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들의 원료다. 최근 정유사들의 공장 가동이 잇달아 중단되면서 4월 중 석화 제품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가 긴급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치는 공급망안정화법 제30조 ‘긴급 수급 조정 조치’에 의거해 발동됐다. 앞서 정부는 2020년 마스크 대란, 2021년 요소수 대란 당시에도 같은 방식으로 특정 제품의 수급을 조절한 바 있다.
정부는 요소와 요소수에 대한 시장 단속도 강화한다. 정부와 민간이 비축한 요소와 요소수 재고는 2.8개월분으로 충분하지만 혼란 가중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7일 0시부터 요소와 요소수 매점매석 금지를 시행하는 한편 불법·부당행위 단속, 요소 수입 확대 등도 적극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휘발유·경유 최고가격 인상도 최소화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배럴당 82.1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25일 기준 135.55달러로 65%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도 배럴당 92.9달러에서 205.54달러로 고공 행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휘발유 등의 2차 최고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유류세를 인하해 최종 가격 상승 폭을 낮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 1차 최고가격 기간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는 ℓ당 763원이었으나 27일부터는 698원으로 65원 떨어졌다. 경유에 붙는 유류세는 523원에서 436원으로 87원 인하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2000원 내외의 가격에서 석유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주유소 소매 가격은 정유사가 공급한 원가에서 100원 내외의 마진을 붙여 판매된다.
정부가 특별히 관리하는 민생 물가 특별관리품목은 23개에서 43개로 대폭 늘었다. 공산품에서는 기존 의약품·생리대·세제 등 생활필수품에 더해 가정용 비닐과 화장품·공산품 전반이 추가됐다. 식품류에서는 명태·오징어·조기·오이·토마토가 새로 관리 목록에 더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는 전기·가스·난방요금은 물론 택배 이용료와 이삿짐 운송료 등 서비스 요금도 오르지 않는지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들 품목의 물가가 들썩이지 않도록 수급 안정 조치도 병행한다. 쌀은 정부 양곡 10만 톤을 시장에 공급하고 필요시 최대 5만 톤 추가 투입을 검토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계란은 가격 급등에 대응해 이르면 다음 달 471만 개 추가 수입을 추진한다.
고등어 역시 수입선을 다변화함으로써 공급을 확대해 가격 안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쌀·계란·고등어 등 가격 상승 품목을 중심으로 150억 원을 투입해 4~5월 중 최대 50% 수준의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도 확대한다. 축산물 공급 안정 대책도 포함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영향으로 가격이 오른 돼지고기는 출하 체중을 115㎏에서 120㎏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 경우 공급량이 약 4.3%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 중앙 공공요금은 동결하고 택시·시내버스·지하철 등 지방 공공요금도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늦추는 방향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돼지고기는 대형 가공 업체의 재고 보유 실태를 점검하고 담합 업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민생 밀접 품목에 대해 일일 물가 조사를 실시하고 담합 등 불공정 행위 점검을 강화한다. 정부 관계자는 “인쇄용지·계란·밀가루·전분당 등 주요 담합 사건도 상반기 내 심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체감도 높은 신규 품목을 지속 발굴해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