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력 열위 악용 ‘갑질 계약’ 방지 차원
민관 협의 거쳐 연내 ‘표준투자계약서’ 개정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소상공인 민관 정책협의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캐피털(VC)과 스타트업 간 투자 계약 관련 분쟁을 막기 위해 다양한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 건전한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를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28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벤처투자 계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벤처투자, 민간 VC, 스타트업들과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 분쟁 사례를 조사하고 원인을 파악한 후 해외 사례 등도 고려해 개선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논의는 스타트업과 창업가들의 피해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계약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스타트업이 투자사 대비 협상력 열위로 인해 잠재적 손해를 입을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들의 경우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큰 만큼 계약서 내용이 다소 불합리하더라도 VC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한 피해 사례는 벤처 업계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 계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에 미숙하게 대처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 유치 당시 VC들은 여러 사전동의권을 요구하면서 실제 위약벌을 행사할 일은 없다는 식으로 설명한다”면서 “하지만 회사가 다소 부침을 겪으면서 어려워지면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VC들의 경우 이직이 잦은데, 투자 담당자가 변경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했을 때 VC가 주주로서 조력하기보다 투자금 회수에만 치중하며 창업자에게 사소한 계약 위반을 거론하며 위약벌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신규 투자 유치를 저지하고자 신주 발행 동의권을 남용해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아울러 VC가 스타트업의 감사, 사내이사 선임·해임 동의권을 모두 쥐고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해 단순 투자자 지위를 넘어 최대주주 노릇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VC 업계에서도 과도한 사전동의권 행사 등에 대해서는 자정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차원에서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불합리한 투자 계약 조항을 파악하고, 시정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중기부는 앞으로 실제 투자 현장에서 공정한 계약 기준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또 투자계약 관련 불공정 투자행위 사례에 대한 벤처투자 현장의 다양한 의견도 폭넓게 반영해 한국벤처캐피탈협회·한국벤처투자와 협력해 새로운 표준투자계약서·표준투자계약서 해설서 개정판을 연내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