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시달리다 숨진 부천의 한 유치원 교사가 생전 지인과 나눈 메시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너무 아파서 눈물 나. 집 가려고.”
“컨디션 너무 안 좋아. 오늘이 출근 중 가장 안 좋아.”
“미치겠어. 나 2시 지나서 조퇴하기로 했어.”
40도에 육박하는 고열과 독감 증세에 시달리면서도 출근을 이어가던 20대 유치원 교사가 의식불명에 빠지기 직전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극심한 통증 속에서도 정상 근무를 이어가야 했던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3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부천의 한 유치원에서 근무하던 고인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전교조와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월 19일부터 24일까지 발표회 리허설 준비를 위해 강도 높은 업무를 이어갔다. 퇴근 이후에도 ‘주간 놀이 협의’ 보고서 작성 등 재택근무를 지속했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준비까지 맡으며 휴무일인 토요일에도 출근했다.
이 과정에서 고인은 고열을 동반한 독감 증세를 보였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하루를 쉰 뒤 다시 출근했고, 병원을 찾았으나 진료 시간이 끝나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병원에서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을 당시 체온은 38.3도였다.
고인은 원장에게 “몸 관리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원장은 “네ㅠㅠ”라고 답했다.
출근을 만류하는 가족에게도 고인은 “(유치원에서) 나오지 말라고 안 하는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고인은 고열 속에서 근무를 이어갔다. 29일에는 38.6도의 열을 견디며 근무했고, 30일에는 체온이 39.8도까지 치솟았다.
고인은 이날 낮 12시 30분께 조퇴 의사를 밝혔지만 인수인계를 이유로 실제로는 오후 2시가 가까워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이후 병원을 찾았으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고인은 같은 날 밤 “숨쉬기가 너무 불편해. 흉통이 아파. 기침을 너무 해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기침은 계속 나와”라는 메시지를 남긴 뒤 다음 날 새벽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2주간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지난달 14일 숨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아버지는 “딸은 40도에 육박하는 열이 나고 목에서 피가 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조퇴를 할 수 있었다”며 “병가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유치원 교사들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현행 질병관리청과 교육부의 시설별 인플루엔자 관리 지침에 따르면 감염병을 앓거나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 또는 교직원에 대해 등교 중지 조치를 할 수 있다. 다만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치고 있다.
전교조는 이러한 구조가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영환 위원장은 “‘아파도 교실에서 아파라, 죽어도 교실에서 죽어라, 선생님의 건강도 실력’이라는 관리자들의 낡은 인식과 아픈 교사를 대체할 수 없어 내가 아프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낡은 시스템이 초임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또 해당 유치원이 고인의 사직을 스스로 면직한 것처럼 사직서를 꾸며 처리하려 한 정황도 제기하며 “사립유치원이 얼마나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법정 감염병 발병 시 교사의 병가 사용 승인을 의무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체 인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사립유치원의 공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죽음을 조작한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