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전 동아태차관보 인터뷰
“韓 ‘다변화 에너지’ 전략 필요…21세기 경제 핵심”
“가용 에너지원·공급선을 모두 열어두고 장기전략을”
“韓 호르무즈 파병 대신 분쟁 이후 지역 안정 기여해야”
“북러밀착 심화 우려…북미 대화 가능성 낮아”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전 미 동아태차관보가 3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욱 기자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前 미국 동아태차관보 인터뷰. 권욱 기자 2026.04.03
“중동 전쟁이 오늘 당장 끝나더라도 에너지 위기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더 갈 것입니다. 한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에너지 전략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란 전쟁이 가져올 가장 심각한 파급효과는 중동 에너지 흐름의 왜곡과 이에 따른 세계경제 충격”이라며 “전쟁 자체는 몇 주 안에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에너지 위기는 이후에도 최소 1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한 에너지 위기는 역내 에너지 인프라에 추가 피해가 발생할수록 더 거세게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은 이번 상황을 계기로 에너지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리튼브링크 전 차관보는 한국이 나아갈 방향으로 ‘다변화(all of the above) 에너지 전략’을 제안했다. 활용 가능한 에너지원과 공급선을 모두 열어두고 최적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1세기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다변화’”라며 “에너지든 희토류, 반도체·첨단기술 공급망이든 어느 한 나라나 하나의 공급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어떤 국가·기업에도 매우 위험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갈아타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을 넘어 가능한 모든 에너지원 옵션을 열어 두고 다변화하는 종합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전쟁 이후에도 당분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중심은 여전히 중동일 것”이라며 “이런 전제하에 북미·호주 등 다른 산유 및 가스 생산국, 재생에너지·원전, 저장 기술까지 모두 포함한 장기 전략을 짜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에 응하지 않는 한국을 두고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역내 커다란 이해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한국이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분쟁이 끝난 뒤 지역 안정을 회복하고 에너지 흐름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한미 관계에서 통상 문제를 풀기 위해 안보를 거래 대상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이전보다 훨씬 거래 지향적인 접근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가 이를 훌륭하게 관리해 왔다”며 “지난해 이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이 성공적이었고 통상 협상도 잘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같은 한미 관계의 흐름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동맹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한국도 낙관적인 태도를 가져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최근 북러 밀착이 심화된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유럽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와 싸우고 있고 그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 같은 북러 연대가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미국과의 외교를 추구할 유인을 줄이고 있다”며 당분간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북한과 외교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이 불가피하지만 아직은 군사력과 경제제재 등 가용한 억지 수단을 활용해 역내 안정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크리튼브링크 전 차관보는 1994년 미 국무부 입직 이후 백악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동아태차관보 등을 지낸 미국 내 대표적인 ‘아시아통’ 인사다. 북핵, 대북 제재 등 한반도 현안을 다뤄온 그는 현재 민간 컨설팅사 ‘더 아시아 그룹’에서 아시아 지역 지정학 리스크와 비즈니스 전략을 자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