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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델로스 동맹과 트럼프의 ‘재무제표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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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토 탈퇴 검토” 대서양 동맹 흔들

한미 FTA는 관세 등 근린 궁핍화 정책 변질

중동에 주한미군 자산 이동, 안보 공백 상존

델로스 동맹 교훈 삼아 자강 대책 서둘러야

기원전 5세기 그리스는 거칠 것이 없었다.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의 다리우스왕이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왔을 때는 마라톤 전투(제1차 페르시아전쟁)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10년 뒤 복수의 깃발을 내걸고 그의 아들 크세르크세스왕이 침략했을 때는 살라미스해전(제2차 페르시아전쟁)에서 패퇴시켰다. 두 차례의 국가 위기 상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아테네였다. 아테네는 페르시아의 재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기원전 478년 델로스동맹을 결성했다. 에게해 연안 150여 개 폴리스(도시국가)들이 참여한 집단 방위 체제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델로스동맹의 맹주 아테네의 완력이 동맹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동맹국들은 경제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더 많은 군선과 분담금을 떠안아야 했다. 델로스섬에 있던 공동 금고마저 아테네로 옮기는 등 나라 곳간을 좌지우지했지만 이에 항의하는 동맹국은 없었다.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에 파르테논신전을 지을 때도 금고 자금을 끌어썼다.

상호 신뢰가 깨진 델로스동맹에 동티가 나기 시작했다. 메가라를 비롯해 낙소스·타소스 등 동맹국들이 더 이상 분담금을 부담할 수 없다며 탈퇴를 통보했다. ‘동맹 디커플링’이 속출했지만 아테네는 되레 입항 금지 제재를 가했고 심지어 무력 침공에 나서기도 했다. 동시대를 산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형태만 민주주의”라고 일갈했을 정도다. 동맹국 동요와 이탈로 뿌리 밑동이 흔들린 델로스동맹은 결국 스파르타와 코린토스·테베 등이 뭉친 펠로폰네소스동맹에 패권을 내준다. 기원전 404년 펠로폰네소스전쟁에 지면서 델로스동맹은 해체됐고 찬란했던 아테네의 황금시대도 막을 내리게 된다.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마크 트웨인은 “역사는 똑같이 반복(repeat)되지는 않지만 특정한 운율(rhyme)을 가지고 도도히 흐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이성적 동맹관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지원 요청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강력 검토 중”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세력 팽창에 맞서 힘의 균형 역할을 해온 미국·유럽 간 ‘대서양 동맹’을 헌신짝 버리듯 깰 수 있다는 위협이다.

한국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군함 파견에 한국이 응하지 않은 것을 여러 차례 거론하며 “한국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도와주지 않으려고 애썼다”면서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주한미군 방공망 전력을 중동으로 이동시킨 것처럼 미국의 전략적 계산과 이익에 따라 한미 동맹 성격과 주한미군 정책을 바꿀지도 모를 일이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조인 이후 72년간 굳건했던 ‘가치 동맹’이 국방·안보 손익에 따라 흔들리는 ‘재무제표 동맹’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경제·통상 부문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도 “한국과 일본·유럽연합이 알아서 하라”며 책임 회피성 태도를 보였다. 또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과다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3500억 달러(약 500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압박한 데 이어 농산물과 고정밀 지도, 인공지능(AI) 인프라, 온라인플랫폼법, 의약품 등을 무역장벽 항목에 포함시켰다. 조자룡 칼 휘두르듯 미국 무역법 301조를 사매질하며 추가 관세와 비관세 조치를 병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공정 무역은 온데간데없고 상대방 경제를 짓눌러 자국 이익을 챙기는 ‘동맹 궁핍화’ 정책에 열 올리는 모양새다.

반석처럼 단단한 한미 동맹이 델로스동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없지만 동맹 관계에 실금이 갈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만반의 대비책을 미리 세워놓아야 한다. 중국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세력 팽창에 주한미군의 용도 변경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 초격차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미 무역흑자를 확대할수록 더 예리한 무역법 칼날을 들이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넋 놓고 있다가는 ‘다중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중차대한 상황이다. 비단 트럼프 정권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향후 어느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재무제표 동맹’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동맹의 화양연화 시절은 끝나가고 있다. 경제도 국방도 자강(自强)만이 유일한 생존 열쇠다. 과연 지금 우리는 제대로 된 선후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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