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 땐 서류만 보고 결정
변호사 역할 커지면서 법적 비용 급증
항고·재항고·이의신청 ‘구제 사다리’
증거수집 등 변호사 조력 없이 어려워
‘유전무죄 무전 유죄’ 막을 방안 필요
대검찰청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검사는 재수사는 물론 공소 제기·항고 등 결정을 서류만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만큼 변호사의 역할이 커지면서 피의·피해자가 부담해야 하는 법적 비용도 급증할 수 있습니다.”
‘법조 1번지’ 서울 서초동에서 잔뼈가 굵은 A 변호사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수사·기소 분리를 중심으로 한 새 형사·사법 체제 도입과 함께 ‘구제 사다리’ 보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완수사권 폐지→변호사 역할 확대→법률 비용 증가’로 인해 말 그대로 ‘돈이 없어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피의·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는 얘기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개청준비단이 인력 구성에 착수하는 등 새 형사·사법 체제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 등을 두고 법조계 안팎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를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정부는 현재도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난 17일 공소청 보완수요요구권과 관련해 3가지 방안을 정리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한 매체 보도에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특히 “보완수사요구권과 관련해 당정이 함께하는 숙의공론화 등 다양한 방법이 제기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할 지 또 보완수사요구 범위를 어떻게 할지 등을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얘기다.
보완수사권 및 보완수사요구 범위 등 논의를 두고 법조계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향후 어떻게 결론이 내려질지에 따라 피의·피해자 방어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이의제기 및 항고·재항고 등 피해자 ‘구제 사다리’. 보완수사 존폐 여부는 물론 그 범위가 어떻게 결정될지에 따라 변호인의 역할도 달라진다. 이는 자연히 국민이 부담해야 할 법적 비용의 증감으로 직결될 수 있다.
서울고등검찰청
항고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절차다. 고소·고발인 등은 불기소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 관할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서면으로 항고할 수 있다. 항고 사건을 받은 고검 겸사는 항고인 조사 등을 거쳐 재기 수사 명령 등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고소·고발인들에게는 대표적 피해 구제 수단으로 꼽힌다.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항고 사건은 2만2712건으로 2022년(1만7338건) 이후 4년 연속 증가했다. 재항고 사건도 지난해 1365건으로 해마다 1000건 이상을 기록 중이다. 매년 항고·재항고가 줄을 잇고 있으나,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 검사는 항고인 조사 등 없이 서류만 보고 재기 수사 등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는 고소인 등의 이의 신청도 마찬가지. 형사소송법 제245조의 7(고소인 등의 이의신청)에 따르면 고소인은 불송치 결정을 받은 때에 해당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때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해야 한다. 검사는 해당 사건을 불송치한 게 위법 또는 부당한 때에 그 이유를 문서로 명시해 사법경찰관에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사정 기관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항고인 조사 등 최소한의 보완 수사마저 이뤄지지 못한다면, 검사는 경찰이 넘긴 증거 등 서류나 피해자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만 보고 재기수사 등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들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 등)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며 “경찰 불송치 결정에 따른 이의신청서 작성도 최근 500만원 이상이 부과되는 등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3만명 시대’가 도래한지 오래지만, 피해자들이 ‘돈’이 없어 억울한 처지에 처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청 폐지 이후 대규모 미제 사건이 경찰 몫이 되면서 (경찰이) 업무 폭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수사 지연 등 문제가 더욱 극심해지면서 빠른 사건 수사를 위해서도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증거 수집은 물론 합의서 작성 등까지 전담하는 변호사가 등장하고 있다”며 “업무 과중에 빠진 경찰이 변호인들에게 증거를 찾아오라거나, 피해자와 알아서 합의하라는 등 요구만 늘어나면서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만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어려운 피의·피해자가 돈이 없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구제 사다리를 한층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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