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임식서 소감 밝혀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성장 어려워”
“노동·교육 등 구조개혁 병행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년의 임기를 마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주요국 중앙은행보다 먼저 인플레이션 수준을 2%대로 되돌린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금리 정책을 통해 낮췄다”며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이 총재가 취임한 2022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 된 시점이었다. 이에 한은은 역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의 빅스텝(한번에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연 3.5%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이 총재는 “연이어 촉발된 부동산 금융 불안과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의 영향으로 금융안정이 위협받고,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해 경제가 역성장 하기도 했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동전쟁으로 인한 환율 급등까지 겹쳐 우리 경제는 계속 시험대에 올랐지만 위기를 잘 관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으로 시장과의 소통 방식도 개선했고, 스무 편이 넘는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정책 자문 역할을 강화했다”며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로서 처음으로 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을 맡게 된 것, 지난 20여 년간 상승하기만 했던 가계부채 비율을 처음으로 하락세로 이끈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 4년간을 돌아보며 통화·재정 정책만으로 경제 안정과 성장을 이뤄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구조의 변화와 함께 통화·재정정책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정책당국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자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과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에 크게 좌우되던 외환시장이 이제는 국내 기업, 개인, 국민연금 등 거주자의 영향도 크게 영향을 받는 점을 예로 들었다. 또 내국인 해외투자가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조세정책, 연금제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크게 변동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없이 과거와 같이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저출생과 저성장 문제 또한 통화·재정정책과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노동, 교육 분야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한은은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교육, 노동 분야 등을 주제로 한 구조개혁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하며 사회에 메세지를 던졌다. 이 총재는 “4년 전 취임사에서 한국은행이 ‘통화·금융정책의 울타리를 넘어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가 되자고 말씀드렸다”며 “구조개혁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도 한국은행이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우리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