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신임 총재 취임사
“시장가 활용해 조기경보”
물가·금융안정 병행 의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21일 취임사에서 ‘금융안정’이라는 표현을 총 5차례 언급하며 정책 기조의 핵심 축으로 강조했다. 특히 비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금융 분석 체계를 고도화해 중앙은행이 금융 불안 요인을 선제적으로 포착하는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취임사 전반에서 비은행 부문에 대한 분석 범위 확대와 정보 접근성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감독 체계 논의가 보다 폭넓게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비은행 금융 부문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비전통 금융상품 분석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옥스퍼드·프린스턴 대학 교수 경력과 국제결제은행(BIS) 핵심 간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간 비은행 금융중개(NBFI) 부문에서의 레버리지 확대와 유동성 취약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해외 금융 부문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며 “기존 건전성 지표뿐 아니라 시장 가격지표를 활용해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비은행 금융기관 확대와 자산시장 연계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외거래와 비전통 금융상품까지 분석 범위를 넓히고 금융안정 정책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정이 중앙은행의 핵심 책무로 자리 잡은 만큼, 정책 환경 변화에 맞춰 중앙은행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을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취임사에서는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도 함께 제시됐다. 신 총재는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방 압력과 경기 하방 압력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충격이 실물과 금융을 동시에 흔들 수 있는 만큼 비은행 부문까지 포함한 금융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 점검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신 총재는 한은의 제1 책무인 물가안정도 함께 강조했다. 그는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으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함께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금융 전환과 관련해서는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활용도를 높이고, 아고라 프로젝트 등 국제 협력을 통해 디지털 지급결제 환경에서도 원화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통화제도 혁신이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차원의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화 국제화와 관련해서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과 역외 원화 결제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시장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마지막으로 “경제 구조 변화는 통화정책 운영 여건 자체를 바꾸는 요인”이라며 “한국은행이 신뢰받는 중앙은행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조개혁 관련 연구와 정책 제언을 통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려는 접근을 이어가겠다는 점에서 이창용 전임 총재 시절 강화됐던 ‘싱크탱크형 중앙은행’ 기능을 지속·확대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