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8일(현지 시간) 미국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망을 계기로 이란 반체제 세력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7월31일 볼턴 당시 보좌관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권 교체로 방향을 틀었지만, 그 이후의 복잡한 후폭풍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상당한 혼란과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확전 리스크를 지적했다.
볼턴은 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시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대이란 공습을 "재임 중 가장 중대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권력 공백이 초래할 정치·군사적 혼란을 간과했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는 장기적 전략 사고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이란의 정권 교체 이후를 체계적으로 준비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볼턴은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정권의 행동을 바꿀 수 없다면 정권 교체 외에는 논리적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핵무장을 묵인하는 것보다는 체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이란 내 야권 세력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란 내 반정부 세력은 광범위하지만 지도부 구조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정권 붕괴 이후 권력 공백이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볼턴은 "정권 상층부가 붕괴 조짐을 보이면 내부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 순간이 체제 전환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직접적인 글로벌 파장은 에너지 시장이다. 볼턴은 이란이 '존재가 걸린 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그는 "이란이 드론으로 유조선 한 척만 공격해도 선박들은 항로를 피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보험 비용 문제만으로도 원유 운송은 일시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은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볼턴은 트럼프의 결정이 정치적으로 양면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전시 리더십을 강조할 수 있는 반면, 고립주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지지층 분열 위험이 존재한다"며 "특히 고립주의 진영은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의 입장 역시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볼턴은 장기적으로 이란이 제재에서 풀리고 원유 생산이 정상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이 정상 국가로 복귀하면 장기적으로 유가와 가스 가격은 크게 하락할 것"이라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