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 매해 증가
오는 4월 약물 운전 처벌 수위 강화되나
단속 구체성 부족하다는 지적
"고지 의무 강화해야"
약에 취한 상태로 서울 반포대교를 달리다가 한강 둔치로 추락한 포르쉐 차량 운전자 30대 여성 A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 반포대교에서 약물을 투약한 채 운전하던 30대 여성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해 주행 중이던 차량을 덮친 가운데 약물운전 판단 기준의 구체성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처벌 규정이 대폭 강화되지만 여전히 약물운전 여부를 가를 구체적 수치 기준은 부재하기 때문이다.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명확한 단속 기준을 마련하고 복약 고지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는 오는 4월 2일부터 약물운전의 처벌 수위가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측정을 거부할 경우 약물 측정 불응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이 처벌 규정을 상향한 이유는 관련 사고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마약·약물 운전으로 인해 운전면허가 취소된 건수는 지난 2022년 80건에서 2023년 128건, 2024년 163건, 2025년 237건(잠정치)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약물운전자가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없음을 입증하고자 '약물운전 정황진술보고서'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운전자의 모습, 태도, 운전 행태 등을 기록해 수사 자료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료에 따르면 야간 전조등 미점등, 지그재그 운전, 역주행 여부 등 운전 행태와 주사기 자국, 눈 충혈, 발음 부정확, 특이한 냄새 등 운전자의 모습이 종합 고려된다.
아울러 경찰은 직선 보행, 한 발 서기 등을 현장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인지 파악한다. 타액 등을 채취하는 간이시약검사와 혈액·소변 등을 통한 정밀 감정도 의뢰할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반포대교에서 주행하던 포르쉐 차량이 강변북로를 주행 중이던 벤츠 차량 위로 떨어진 뒤 잠수교까지 추락해 운전자를 포함한 2명이 다치고 차량 4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용산소방서 제공
문제는 운전자들은 여전히 자율적인 판단에 의존해 운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무슨 약물을 얼마나, 어느 정도로 복용하고 운전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의 몸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린다.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처방받은 의료용 약물을 복용했더라도 주의력이나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면 단속될 수 있는 셈이다.
약물운전 여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객관적 수치 기준이 부재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음주운전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처벌 기준을 구분하고 있지만, 약물운전은 별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약물운전이 음주운전만큼 치명적인 상황에서 단속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고 복약 안내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위드로 변호사는 "개개인에 따라서 약을 복용하고 기억을 못 하거나 정신을 잃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약물의 위험성이 크다"면서 "약을 처방할 때 약의 성분과 영향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