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보험연구원 제공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파이낸셜뉴스] 경영진을 향한 책임 리스크가 급증하면서 임원배상책임보험(D&O 보험)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법 개정과 ESG 확산, AI·사이버 리스크 증가가 맞물리며 경영진 개인을 향한 소송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경영진 보호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험 의존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26일 보험연구원 김동겸 연구위원은 “기업 경영진 책임리스크 증가로 임원배상책임보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상품 구조와 제도적 개선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기업 경영환경 변화가 경영진 개인 책임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전환, ESG 확산, 규제 고도화가 맞물리며 기업 리스크가 과거 ‘운영 위험’ 중심에서 ‘경영진 책임 위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부통제 실패, 공시 오류, 감독 의무 위반 등 전통적 리스크뿐 아니라, 경영진 의사결정 자체가 법적 책임으로 직결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도 변화가 보험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2025년 7월 공포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며, 소액주주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와 배임 관련 소송 가능성을 높였다. ESG 공시 강화와 산업안전 규제 확대 역시 경영진 책임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혁신에 따른 새로운 리스크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AI, 데이터, 사이버 공격 등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복합 위험이 늘면서, 단순 실무상의 문제도 경영진 감독 책임으로 귀속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 리스크가 ‘운영 문제’에서 ‘경영진 책임 문제’로 이동함에 따라 D&O 보험은 사후 보상 수단을 넘어 핵심 리스크 관리 장치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임원배상책임보험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5.5% 성장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시장 규모는 약 672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입은 상장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며, 보험사별 위험 평가와 인수 역량 차이로 동일 기업이라도 계약 조건이 달라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향후 시장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경쟁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보장한도 증액, 담보 범위 정교화 등 상품 구조 고도화를 통해 확대된 책임 리스크를 반영하고, 장기손해(Long-tail) 특성에 따른 손해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상장기업 중심 구조를 완화하고, 중견·비상장기업으로 수요 기반을 확대할 제도적 지원도 요구된다.
김 연구위원은 “임원배상책임보험이 경영진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책임 유인과 위험 분담 간 균형을 고려한 정책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시장 안정성과 상품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할 때 D&O 보험이 본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