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허스트' 亞최초 대규모 회고전
국현미 서울관에서 6월 28일까지 개최
종교를 대신한 과학·영생을 파는 자본…
현대사회의 욕망을 충격 비주얼로 표현
수조에 갇힌 상어·다이아몬드 해골 등
"이번 전시가 아니면 보기 어려울 수도"
데이미언 허스트의 대표작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잘린 소와 파리 유충, 살충기가 함께 들어 있는 거대한 유리 진열장. 목이 잘려 나간 남자의 머리 옆에 작가의 천진난만한 표정의 사진, 의약품들이 가득한 공간 안의 해골들. 이를 마주한 관람객들은 충격과 동시에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 바람처럼 사라져 갈 죽음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임을 깨닫게 된다.
삶과 죽음, 초월성에 대한 욕망과 종교를 대체하는 과학, 영생을 파는 자본의 논리 등 현대사회의 강박을 시각 언어로 풀어낸 독보적 작품세계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대규모 개인전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를 오는 6월28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1980년대 후반 초기작부터 최근 회화 작업까지 약 35년에 걸친 허스트의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죽음, 신념, 과학, 의학, 자본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믿음을 보여주는 대표작들이 소개된다. 전시에는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죽은 소의 머리와 파리 유충을 활용한 '천년', 다이아몬드 해골 '신의 사랑을 위하여', '메디슨 캐비닛' 시리즈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천년'과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은 아시아 최초 공개다.
데이미언 허스트가 자신의 대표작인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 를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허스트가 직접 기획한 1988년 전시 '프리즈' 시절의 초기작부터 죽음과 생명의 순환, 의학과 자본, 창작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업실 재현까지 그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전시의 첫 섹션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는 허스트가 기획자이자 작가로 주목받은 초기작이 주로 소개된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자신에게 맞는 조형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도한 콜라주 작품들이 포함됐다. 아울러 첫 개인전에 출품된 10대 시절의 사진 작품과 대표적 연작인 '스팟 페인팅'의 초기 버전이 소개된다.
두 번째 섹션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에서는 이른바 '상어'를 비롯해 유리 진열장을 사용한 거대 설치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오랫동안 주목을 받은 작품 '상어'는 2012년 영국 테이트 모던에서 전시한 이후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상어와 수조를 따로 운송해 와서 설치했는데, 물리적으로도 만만치 않았다"며 "이번 전시가 아니면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잘린 소의 머리와 파리 유충, 살충기 등을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을 날 것 그대로 시각화한 1990년 작품 '천년'도 전시돼 있다.
세 번째 섹션 '침묵의 사치'에선 과학과 종교, 예술과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 작품들이 주로 소개된다. 실제 인간의 두개골을 백금으로 주조하고 여기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가 정중앙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삶의 무상함을 대비시킨 이 작품은 런던 화이트 큐브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제작비만으로 생존 작가 작품 가운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아울러 수천 마리의 나비 날개를 사용해 제작한 삼면화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와 그가 1998년 런던에 오픈해 6년간 운영한 '약국'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전시장 안에 일부 재현해 놓기도 했다. 개방형 전시공간에는 런던에 있는 허스트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온 '작가의 스튜디오: 진행 중인 작업들'도 전시된다. 3년째 작업 중이라는 미완성 회화 연작 '리버 페인팅'을 비롯해 미완의 미공개 회화작품과 붓과 페인트, 작업복과 신발, 허름한 소파 등 작가의 사유와 행위를 엿볼 수 있는 창작 공간이 생생하게 공개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온 국제적인 작가 허스트의 혁신적 실험과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려 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 사회의 가치와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의 장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한편, 현대 미술계의 악동으로 평가되는 데이미언 허스트는 196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리즈에서 성장했다. 골드스미스대 재학 시절인 1988년 동문들이 참여한 그룹전 '프리즈(Freeze)'를 기획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1995년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