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질소비지출 -0.4%…5년만에 감소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 가성비 추구하는 '불황형 소비' 확산
테무, 쉬인 등 C커머스 앱 지난달 신규 유입 1위 기록
"경기 불확실성 속 당분간 가성비 중심 소비는 계속될 듯"
한 여성이 택배를 개봉하는 모습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계속되는 고물가 기조에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겹치며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가성비 상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가 국내 패션 시장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초저가와 패스트패션을 앞세운 전략이 10~30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기존 패션 플랫폼을 대체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소비 환경은 위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한 가운데, 이 같은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0.4% 감소했다. 이는 5년만의 감소로, 물가가 오르며 명시적인 지출 금액은 늘었지만 실제 소비량은 줄어든 것으로, 생활비 부담 증가 속에서 가격 중심 소비가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동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입물가 상승과 내수 둔화가 겹치면서 저가 소비 성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C커머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은 신규 설치 건수가 27만건을 기록하며 지그재그, 무신사 등 국내 플랫폼을 제치고 패션 부문 1위에 올랐다. 2030대 이용자 수도 1년만에 43만명에서 122만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 종합 쇼핑 플랫폼인 테무도 지난달 신규 설치 74만9320건으로 전체 쇼핑 앱 1위를 기록했고,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36만9020건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두 플랫폼의 월간 이용자 수는 각각 742만명, 712만명으로 합산 1454만명에 달한다.
실제 C커머스의 국내 패션 시장 침투는 본격화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로 수입된 중국 의류 규모는 2024년 48억달러, 2025년 52억달러로 2년 연속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빠르게 변하는 국내 패션 트렌드와 '듀프 소비(저가 대체 소비)' 성향이 결합되며 초저가 패스트패션 플랫폼과의 궁합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안전성 논란은 변수로 지적된다. 서울시가 최근 테무, 쉬인 등 중국계 플랫폼에서 판매된 어린이용 제품을 검사한 결과 일부 상품에서 기준치를 최대 549배 초과한 납이 검출되는 등 안전 기준 부적합 사례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플랫폼에 판매 중단 요청이 이뤄지는 등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비 행태가 고물가·양극화가 심화되는 국내 경기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본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적인 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이 소비의 중요한 결정변수로 작용하면서 저가 전략을 내세우는 C커머스에 유입이 커지고 있다"며 "저가 시장에서는 초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가 시장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강조되며 시장이 양분화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고 했다. 이어 "안전성 이슈가 부각될 경우 흐름이 일부 조정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가성비 중심 소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