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 하이드로겔 합성 공정 모식도. 자외선(UV) 흡수제가 포함된 용액을 유리 모세관에 넣고 겉면에 포토마스크를 감아 빛을 쪼이는(광중합) 과정으로, 빛을 받는 양에 따라 내부 고분자 농도에 비대칭성이 생겨 물을 흡수하면 스스로 꼬이면서 나선형 구조가 만들어진다. POSTECH 제공
[파이낸셜뉴스] 스스로 감기고 풀리며 움직이는 로봇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인공 근육이나 웨어러블 소프트 기기에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김연수 교수, 정태훈 박사 연구팀이 자연의 나선 구조를 모방해 작은 변형을 큰 움직임으로 증폭시키는 생체 모사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14일 POSTECH에 따르면 덩굴식물이 지지대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나선형으로 몸을 비틀면서 작은 힘으로도 높이 올라간다. 짚신벌레 같은 단세포 생물은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스프링처럼 몸을 순식간에 움츠리는데, 이것도 나선 구조 덕분이다. 나선형은 작은 움직임을 크고 빠른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자연이 설계한 증폭 장치'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원리를 로봇에 적용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연구팀은 여러 재료를 이어 붙이는 대신, 처음부터 나선형으로 굳혔다. 그러자 빛이 안쪽과 바깥쪽에 다르게 닿으면서 하나의 소재 안에 농도 차이가 생기고, 이 차이가 자연스럽게 나선형 구조를 만들었다. 복잡한 조립 과정 없이 단일 소재만으로도 자연의 움직임 설계를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선형 하이드로겔은 열, 빛, 산성 환경 등 다양한 자극에 반응해 수축한다. 특히, 열을 가했을 때 일반 구조보다 길이 방향 수축이 1.6배 더 크게 나타났다. 같은 힘을 주더라도 훨씬 더 멀리,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끈을 따라 자벌레처럼 한 방향으로 기어가는 소프트 로봇을 실제로 제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부 자극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기능까지 구현했다. 화학물질이 산화와 환원을 자동으로 반복하는 '벨루소프-자보틴스키 반응'을 결합해 전기나 배터리 없이도 주기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젤을 만들었다. 이 소재는 마치 심장이 뛰듯 스스로 감기고 풀리는 운동을 반복했으며, 기존 막대형 구조 대비 진동 폭은 4배, 수축 속도는 3.4배 빠른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소재 기술을 넘어, 체내를 이동하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 스스로 작동하는 인공 근육, 웨어러블 소프트 기기 등 다양한 산업과 일상 속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