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어려운 금융 취약계층 피해 커져
6년 연속 증가세
처벌 수위 낮지 않지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 나타나
보복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기도
전문가들 "피해자 중심 대책 필요"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홀로 아이를 키우던 30대 여성에게 살인적인 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 상환을 독촉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채업자가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복 우려로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피해자 중심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는 총 1만7538건으로 지난 2024년보다 2141건 늘었다.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가 출범한 2012년(1만8237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자 6년 연속 증가세다.
불법 사채업자를 찾는 채무자들은 대부분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더 이상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 계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가 지난 2년간 대부업법과 채권추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판결문 10건을 살펴본 결과 피해자들의 취약점을 악용해 불법 추심과 협박을 일삼는 모습이 확인됐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불법사금융 조직원들은 인터넷이나 그램 등에서 피해자들의 연락처를 확보해 접근했다. 대구의 한 불법사금융업자 5명은 지난 2024년 이러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연락처를 확보한 뒤 상담을 명목으로 전화를 걸어 10~30만원 단위 소액 대출을 유도했다. 대출이 승인되면 차용증을 작성하게 했고 상환 기간은 일주일로 잡았다. 한 피해자는 20만원을 일주일 동안 빌린 뒤 원리금 35만원(연이율 3910%)을 돌려줬다. 최대 이자는 36500%에 달했다.
사회생활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지인들에게 추심 사실을 알리거나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2022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49명의 채무자들로부터 수천에서 수만%에 달하는 이자를 받아낸 한 불법사금융조직은 피해자 지인들을 단체 채팅방에 불러 모아 연체 사실을 알렸다. 또 다른 고리대금업자는 최소 지인 7명의 연락처를 담보로 돈을 빌려줬고 채무자가 차용증을 들고 찍은 사진을 제출받았다. 돈을 갚지 못하면 욕설·협박하며 받아둔 사진을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카카오톡 프로필과 배경 사진에 올라온 피해자의 사진을 인터넷에 "인간 대접은 기대하지 말자"라는 글과 함께 올린 사례도 있었다.
다른 미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점을 빌미로 돈을 추가로 빌려주겠다고 거짓말한 뒤 잠적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인천의 한 불법사금융업자는 대출 대상자와 만나기 전 등본, 인감, 사업자등록증, 인감도장, 주거래 은행 3개월 내역을 미리 받아 채무 내역을 확인해 상환 능력이 있어 보이는 이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채무자들과 대부 계약을 체결한 뒤 다른 미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실이 확인되면 원리금을 만기일 전 중도 상환할 경우 저금리·월납 조건으로 대출해주겠다고 거짓말한 뒤 대부금을 상환받으면 연락을 끊어버렸다.
추심 수법이 악랄한 만큼 대부분 처벌 수위가 낮지 않았다. 판결문 10건을 분석해 보니 벌금형 1건(10%), 징역형 7건(70%), 징역형 집행유예 2건(20%)으로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피해자들로부터 수만%에 달하는 고율의 이자를 징수한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며 "피해자에게 직접 욕설하는 경우는 물론 이들의 사회생활을 어렵게 했다"고 판시했다.
개정된 대부업법에 따라 연 이자율이 60%를 초과하는 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로 인정된다. 불법사금융의 경우 처벌 기준이 10년 이하 징역, 5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다만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많다는 점에서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중심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피해자가 목숨을 끊는 등 각종 피해가 극심한 만큼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 피해에 고립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