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수수밭 살인사건' 필리핀서 장기 징역 60년 선고
교도소 호화 생활하며 韓 마약 유통 의혹…韓 인도
중형 선고 가능성 높지만…'임시' 인도라 필리핀 형기 먼저
양국 정부 간 협의로 최종인도 사례 있어…엄중 처벌 관건
[이데일리 남궁민관 성가현 기자]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마약왕’ 박왕열(48)이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 전격 송환,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실제 그가 국내에서 형을 살게 될지 관심이 뒤따르는 모양새다. 박왕열의 이번 송환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요청한 ‘임시’ 인도인 터, 원칙적으로 이미 필리핀에서 선고받은 형기를 모두 마쳐야 해서다. 향후 법무부 등 우리 정부와 필리핀 간 관련 협의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마약왕' 박왕열이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지난 25일 범죄인 임시인도청구를 통해 이날 필리핀에서 국내로 임시 인도된 마약 총책 박왕열 신병을 인계받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박왕열은 2016년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으로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징역형(단기 징역 52년, 장기 징역 6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으로 마약을 유통하고 호화 교도소 생활을 한다는 논란이 계속 제기돼 왔다.
실제로 경찰은 앞선 살인사건 외 2019년 11월부터 2020년까지 국내 공범들에게 지시해 서울·부산·대구 일대 소화전·우편함에 마약류를 은닉해 판매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박왕열 공범은 판매책 29명과 공급책 10명, 밀반입책 2명, 자금관리책 1명 등이다. 단순 매수자 194명을 포함한 전체 검거 인원은 236명이며 이중 42명은 구속된 상태다.
박왕열이 유통시킨 마약 규모는 필로폰 약 4.9㎏, 엑스터시 4500여정, 케타민 2㎏, LSD 19정, 대마 3.99g으로 약 30억원 상당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대통령 등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 필리핀에 박왕열 임시 인도를 적극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 브리핑에서 “(박왕열이) 교도소 수감 중 휴대전화를 사용해 외부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마약 범죄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일부 교정시설은 수감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외부와 불법적인 접촉 가능성이 있어, 박왕열이 교도소 수감 중에도 범행을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박왕열은 관련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의 소변 간이시약 검사 결과에서도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상태다. 재판에 넘겨지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에서 실제 형을 살게 될진 미지수다.
법무부 관계자는 “임시 인도라는 것 자체가 관련 수사와 재판이 끝나면 필리핀으로 돌아가서 현지에서 내려진 형기를 마쳐야 하는 것이 원칙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박왕열이 필리핀에서 받은 형량은 장기 징역 60년인 만큼, 사실상 국내에서 받은 형은 집행조차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예외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양환전소·필리핀 연쇄 납치사건’으로 2015년 5월 필리핀으로부터 국내 임시 인도됐던 김성곤의 경우 우리 정부와 필리핀 간 협의 끝에 2025년 1월 국내로 최종 인도된 바 있어서다. 법무부와 외교부 등 우리 정부가 필리핀과 협의를 통해 박왕열도 최종 인도 받을 수 있단 얘기다.
이를 위해선 박왕열에 대한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사법부의 엄중한 선고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앞서 필리핀에서 국내로 최종 인도된 김성곤의 경우 필리핀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년 정도 형을 살아 형기가 2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히 사법처리할 계획”이라며 “박왕열이 가담한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고, 취득한 범죄도 철저히 추적, 환수할 수 있도록 할 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