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4개월 만에 낙마…최근 각료 해임 잇따르며 두 번째 사례
후임엔 측근 변호사 출신 블랜치 직무대행…법무부 정치화 논란 재점화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팸 본디 법무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엡스타인 사건 자료 처리 논란과 정치적 경쟁자 수사 성과 부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이 지난해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우리는 팸을 사랑하며 그는 곧 민간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토드 블랜치 부장관을 법무장관 직무대행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번 경질로 본디 장관은 약 14개월간의 재임을 마무리하게 됐다. 그는 최근 해임된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에 이어 몇 주 사이 두 번째로 물러난 각료가 됐다.
본디 장관의 퇴진 배경에는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관련 자료 공개를 둘러싼 혼선과,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정치적 적대 인물 기소가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수개월간 비공식적으로 본디 장관의 업무 수행에 불만을 표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가 자신의 정치적 요구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디 장관은 재임 기간 동안 불법 이민 및 강력범죄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을 겨냥한 수사를 추진하며 법무부를 사실상 백악관 정책 수행 기구처럼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의 전통적인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숙련된 검사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공직부패·국가안보 관련 수사 역량도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본디 장관이 자신이 “쓰레기”라고 표현한 정치적 적대 인물들에 대한 기소를 성사시키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엡스타인 사건 처리도 결정적 악재였다. 본디 장관은 관련 자료 공개 과정에서 혼선을 빚으며 논란을 키웠고, 이는 일부 지지층에서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3월 중순 하원 감독위원회에서는 공화당 의원 일부가 민주당과 함께 본디 장관을 상대로 엡스타인 사건 관련 비공개 증언을 요구하는 소환장 발부에 찬성했다.
위원회는 오는 4월 14일 증언을 요구했으며, 본디 측은 대응 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