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퀴르 장관 ”디지털결제분야 미국 지배 끝내야“
”달러 대비 유로 스테이블코인 규모 작아 불만“
”은행권도 토큰예금 출시 검토하길 강력히 권고“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유럽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고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밝혔다. 그는 미국이 디지털 결제 분야를 지배하는 구조를 끝내기 위해 유럽 은행들이 토큰화 예금 출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레스퀴르 프랑스 재무 장관
레스퀴르 장관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 디지털자산 콘퍼런스에서 사전 녹화 영상으로 공개된 발언을 통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만족스럽지 않은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전 세계 은행들은 전통적인 통화로 가치를 뒷받침하고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인 스테이블코인을 실험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서명한 이후, 여러 은행이 이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엘살바도르에 기반을 둔 미국 테더가 지배하고 있으며, 이들 코인은 주로 디지털자산 거래에 사용될 뿐 결제 수단으로서의 역할은 아직 미미하다. RBC캐피털마켓의 이번 주 리서치 노트에 따르면, 유럽 은행 3분의 2는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최근 들어 ING, 유니크레디트, BNP파리바 등 유럽 주요 은행들은 올 하반기 중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디지털 결제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견제하길 기대하고 있다.
레스퀴르 장관은 이날 이 같은 구상을 언급하며 “바로 그것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이 토큰화 예금 출시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하길 강력히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토큰화는 기존 금융자산을 나타내는 블록체인 기반 토큰을 발행하는 것을 뜻한다.
유럽 정책당국은 미국과의 긴장된 관계로 인해 EU 결제 서비스의 분절화 우려가 커지면서, 비유럽계 결제 사업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경제에서 중앙은행 화폐의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유로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은행권 로비가 이에 반대하고 있고, 유럽의회 내 논의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레스퀴르 장관은 ECB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토큰화 노력의 중심에 두려는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이를 “올바른 균형”이라고 평가했다.
테더는 자사의 달러 연동 토큰 유통량이 1850억달러를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소시에테제네랄은 2023년 출시한 자사의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이 1억700만유로(1억2600만달러)에 그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