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시부야 ‘신라면 분식’서 기자간담회
김대하 대표 “신라면은 이제 일본의 일상식”
5년 만에 매출 2.2배 급증, 작년 209억엔 달성
[일본 도쿄=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일본 젊음의 상징인 도쿄 시부야 한복판. 붉은색의 강렬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신라면 분식’ 팝업스토어 앞에는 평일 오전임에도 일본 Z세대 소비자들의 대기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라면의 발상지인 일본에서 한국의 ‘신라면’이 단순한 수입 식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15일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이 신라면의 매출 증가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농심)
농심 재팬은 지난 15일 이곳 ‘신라면 분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달성 성과와 함께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김대하 농심 재팬 법인장은 이 자리에서 “신라면은 이제 일본 시장에서 실험의 단계를 지나 메인스트림(주류)의 한 축으로 확고히 안착했다”고 선언했다.
5년 만에 매출 2배 성장…일본에 매운맛 깃발 꽂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공개된 농심 재팬의 성적표는 놀라웠다. 2020년 95억엔이었던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2025년 209억엔(한화 약 1850억원)을 기록했다. 5년 만에 매출 규모가 2.2배로 불어난 것이다.
이는 정체기에 접어든 일본 라면 시장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 결과다. 현재 일본 라면시장 전체 규모는 약 7조원(약 8000억엔) 수준으로, 미소·쇼유 등 전통적인 라면 카테고리는 성장이 멈춘 상태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카테고리는 전체 시장의 약 6%를 차지하는 ‘매운맛’ 시장뿐”이라며 “신라면이 이 매운맛 시장의 성장을 독보적으로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현지 라면 기업들이 최근 앞다투어 제품명에 ‘카라이(매운)’를 붙여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농심이 개척한 매운맛 영토가 일본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신라면 분식 팝업 현장. (사진=농심)
‘신라면 툼바’의 돌풍…일본 Big3 편의점 전 점포 장악
간담회의 화두는 단연 신제품 ‘신라면 툼바’였다. 지난해 출시된 툼바는 신라면 브랜드 전체 매출(165억엔) 중 10억엔을 차지하며 효자로 등극했다. 농심은 올해 툼바의 매출 목표를 전년대비 2배인 20억엔으로 잡았다.
특히 툼바는 일본 유통의 상징인 Big3 편의점(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전국 5만 3000여개 전 점포에 입점하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 편의점은 입점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해, 외국 브랜드가 ‘연중 상시 판매’ 계약을 맺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한국 문화에 민감한 2030 일본 여성들이 툼바의 부드러운 매운맛에 열광하고 있다”며 “시부야 팝업스토어에서 툼바가 연일 품절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끄는 것은 K푸드가 일본 주류 유통망에서 얼마나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는지 증명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날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한일 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민감한 쟁점인 ‘건더기 차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일본판 신라면컵의 건더기가 국내 제품보다 풍성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답했다. 그는 “일본은 라면 종주국이자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장이다. 후발주자로서 현지 프리미엄 제품들과 경쟁하기 위해 건더기 구성을 강화하는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신 일본 판매 가격은 한국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 편의점 기준 가격은 약 236엔(한화 약 2100원 이상)으로 국내 편의점 가격(1250원)보다 월등히 비싸다. 즉, 낮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제값 받고 제대로 만든’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일본 라면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심 재팬은 신라면의 성공 모델을 다른 브랜드로 확장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너구리’는 일본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김 대표는 “너구리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라면보다는 우동 카테고리로 인식되고 있어 카테고리 구분이 명확하다”며 “신라면과 너구리가 서로의 매출을 갉아먹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없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짜파게티’나 ‘감자면’ 등은 향후 집중 육성 품목으로 분류해 두었다. 매운맛 안에서도 세분화된 취향을 공략해, 어떤 입맛을 가진 일본 소비자라도 농심의 제품을 선택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