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하르그섬 폭격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위험성이 커졌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127달러, 브렌트유도 105달러까지 치솟았다. 중동 사태의 확전 공포로 16일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501원으로 출발했다. 모두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마주하는 ‘공포의 숫자’다. 이달 들어 원화 가치는 3.84% 떨어져 다른 주요 통화들에 비해 하락폭이 유독 컸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이르고, 이 중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지정학적 숙명 때문이다.
실물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나프타의 60%를 걸프만에 의존하는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도미노 가동 중단 위기에 몰렸다. 나프타를 분해해 만드는 에틸렌 부족으로 “곧 과자 봉지조차 못 만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고유가·고환율 공포에 2008년의 악몽이 어른거리고 있다. 당시 유가는 147달러, 환율이 1570원까지 치솟아 소비자물가가 4.7%를 기록했다. 이번에는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이어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역대급 확장 예산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다. ‘지방선거를 앞둔 돈 풀기’라는 정치적 오해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지하 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워룸)을 설치했던 것과 같은 비상한 결단과 실행이다. 당시 현장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대책들을 속도감 있게 쏟아냈다. 특히 미국·중국·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대외 신인도를 방어하고 환율을 안정시킨 것은 ‘실무형 위기관리’의 교본으로 남아 있다. 덕분에 한국은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먼저 플러스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18년 만에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이 몰려온다. 정부 의지와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 차원의 비상경제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민·관·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