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범죄 수사에 격변을 초래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 입법과 관련, 결국 추미애·김용민·조국 등 범여권 강경파와 김어준 씨 등의 입장이 관철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정부는 공소청 검사의 수사 관여 권한을 박탈하는 법안에 합의하고, 19일 국회 본회의 처리에 나선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유불급”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면 안 된다”고 하고, 친명 인사들이 김어준 씨 비판에 나서기도 했지만, 김 씨의 “객관 강박” 언급이 결과적으로 실현된 모양새가 됐다.
우선, 경찰 등에 대한 공소청 검사의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이 삭제됐다. 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 기록만 보고 법원에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해 수사 초동단계부터 부실 또는 과잉이 우려된다. 부당 수사를 한 경찰에 대한 수사중지·직무배제 요구권도 없앴다. 중수청 수사관의 수사 개시 때 검사에게 통보해야 하는 의무도 삭제됐고, 중수청 송치 사건과 관련해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있을 경우 검사의 입건 요청권도 사라졌다. 세무·환경·노동 등 행정기관에 소속돼 수사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도 없앴다.
한마디로, 수사에 대한 검사의 사법적 통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수사관이 여러 요인에 의해 특정인을 혼내거나 봐주는 식의 수사를 할 때, 수사를 미루거나 사건을 암장하려 할 때에 대비한 검사의 감시·견제 장치도 없어진다. 정치 중립 문제 때문에 검수완박(검사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한다는데,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휘하는 경찰과 중수청은 그런 측면에서 더 취약하다. 지능형·권력형 범죄자들은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배후 권력 및 자금력을 이용해 이런 취약점을 마음껏 악용할 수 있다.
모든 제도는 완벽하지 않고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형사사법 시스템은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파괴해선 안 된다. 지난 12일부터 시행된 법왜곡죄로 판검사를 겁박하는 소송 남발, 재판소원으로 재판 제도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데, 이젠 수사·기소의 체계도 그렇게 되려 한다. 범죄자들에게 유리하고, 선량한 국민은 국가의 보호를 받기 힘들어진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기대하기 힘들다. 사법적 각자도생 시대가 닥쳐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