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주식 ‘폭풍속으로’
2009년 이후 1520원 첫 돌파
외인 2조 순매도에 주가 급락
전쟁 한달새 코스피 1000P↓
삼전·닉스 감소분만 371조원
혼돈의 韓증시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란 전쟁 심화 영향으로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519.9원으로 출발했고, 코스피는 133.55포인트(2.53%) 내린 5143.75로 거래를 시작했다. 박윤슬 기자
호르무즈 해협의 전운이 국제유가를 타고 흘러와 31일 한국 금융시장을 검게 뒤덮었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520원대로 치솟은 데다, 코스피는 중동전쟁 발발 한 달 만에 1000포인트 넘게 빠졌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840조 원 넘게 줄었다. 1500원 이상의 고환율이 단기적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란 비관론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20원을 돌파한 것은 2009년 3월 10일 이후 무려 6230일 만이다. 당시 환율은 장중 1561.0원까지 오른 뒤 급격히 하향 안정화해 1511.5원으로 마무리했는데, 그 이후로 주간 거래에서 환율이 1520원 이상으로 오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반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0선을 훌쩍 넘어서며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 원화의 구조적 약세가 겹치면서 환율 폭등을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환율이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떠오른 만큼, 시장의 관심은 1500원대 고환율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시작되면서 해외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고,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양도세 면제 등 환율 안정 조치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우호적 요인이다. 그러나 중동 문제로 국제유가가 치솟는 동시에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환율 상단이 더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안정 없이 당분간 원·환율의 하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이란 사태가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추가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관측했다.
국내 증시 역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3%(133.55포인트) 내린 5143.75로 출발한 뒤 오전 9시 34분 5058.79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하락폭을 일부 줄이며 오전 11시 현재 5208.36을 나타내고 있다. 장 초반 외국인이 2조 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과 기관이 이를 받아내는 흐름이 이어졌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 넘게 급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14조 원대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 발표에도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겹치며 장 초반 4%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자사주 소각이라는 호재성 재료보다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SK하이닉스도 7% 넘게 내렸다가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30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전체 시가총액은 한 달 새 840조9529억 원 줄어들었는데, 그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 감소분은 371조9574억 원으로 전체 감소액의 44.2%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