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거대한 승부’ 2R 돌입
△ 거북이의 끈기
블루오리진, 로켓 ‘뉴글렌’ 회수
재사용 발사체 시장에서 존재감
사업마다 완벽한 프로세스 이식
고객 중심 ‘시장표준화’에 초점
△ 토끼의 스피드
위성 1만기 쏘아올린 스페이스X
우주 데이터센터 새 먹거리 선점
모든 문제를 ‘원자’ 단위로 분해
실패도 연료화… 산업 관행 파괴
첨단기술과 미래 경제 주도권 다툼의 최전선인 우주와 인공지능(AI) 산업을 놓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벌이는 ‘거대한 승부’가 2라운드에 돌입했다. 초기에는 우주 로켓과 위성 통신 등 분야에서 경쟁했으나 이제는 AI 데이터센터, 로봇,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전면전’으로 확산하고 있다.
두 창업자의 사업 확장 방식은 명확히 다르다. 베이조스는 ‘시스템’으로 견고한 성을 쌓고, 머스크 CEO는 ‘연결’로 판을 뒤흔든다. 또 머스크 CEO가 혁신적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한다면, 베이조스는 실패를 최소화하는 철저한 설계와 시스템을 구축해 추격하는 모양새다.
◇베이조스, 아마존 경험 살려 정교한 설계로 시장 표준 장악
= 베이조스의 사업 확장 철학은 ‘고객 중심의 완벽한 시스템’이다. 그는 세계 최대 상거래업체인 아마존 창업처럼 어떤 사업을 시작하든 그 분야의 비효율을 찾아내 정교하게 관리된 프로세스를 이식해왔다.
우주사업도 마찬가지다. 베이조스에게 우주 사업인 블루오리진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다. 로켓 ‘뉴글렌’과 달 착륙선 ‘블루문’은 스타십처럼 파격적인 시제품으로 승부하기보다, 높은 완성도와 반복 가능한 운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이 물류라는 하드웨어 위에 클라우드(AWS)라는 소프트웨어를 얹어 세계 최대의 인프라 기업이 된 것처럼, 우주에서도 동일한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베이조스는 아마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본인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의 공동 CEO로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그는 9조 원 규모의 초기 자금을 들여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 CEO에 복귀하며 3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언어를 학습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넘어, 물리 실험, 공학 데이터, 제조 공정 등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직접 학습하고 설계하는 ‘물리 AI’ 개발을 목표로 한다. 컴퓨터·항공우주·자동차 등 공학·제조 분야에 특화한 AI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남들이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AI 기반 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미 연구 인력을 대거 영입해 직원 수는 약 100명 규모로 빠르게 확장된 상태다. 그는 서두르지 않지만, 한 번 구축된 시스템은 반드시 시장의 표준이 되도록 만드는 ‘거북이의 끈기’를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취임식 전야 행사가 열린 지난해 1월 19일 워싱턴DC 내셔널빌딩박물관 만찬장에서 제프 베이조스(〃 세 번째) 아마존 CEO 등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머스크, ‘연결과 융합’으로 기존 성벽을 허물어
= 반면 머스크 CEO는 ‘제1원리 사고’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다. 제1원리 사고는 기존 가정이나 유추를 버리고, 문제를 가장 근본적인 사실(원자적 단위)로 분해한 뒤 거기서부터 다시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그는 개별 회사의 경계를 허물고 자원을 집중시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머스크 CEO가 보여준 행보는 더 파괴적이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xAI의 합병을 통해 ‘우주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상반기 상장을 통해 약 1조5000억 달러(약 2000조 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단순히 로켓을 쏘는 것을 넘어, 스타링크 위성에 AI 연산 모듈을 탑재해 우주 공간을 거대한 컴퓨팅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테슬라의 전기차, 스페이스X의 위성 통신, xAI의 두뇌가 결합하면 ‘스스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기계’들이 생태계를 점령하게 되는 것이다. 머스크 CEO에게 실패는 데이터 획득을 위한 비용일 뿐이다. 실패를 통해 학습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방식은 기존 산업계의 관행을 파괴하며 경쟁자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스페이스X는 초기부터 회사 존립이 위태할 만큼 극한 상황에서 운영돼왔다. 이러한 절박함은 머스크 CEO가 ‘실패를 통한 데이터 확보’라는 전략을 구사하게 만든 것이다. 설계도상의 완벽함보다는 실제 시제품을 만들어 터뜨려보고,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다음 설계에 즉각 반영하는 반복적 시제품 전략인 셈이다. 절박한 생존 환경과 실패를 연료로 삼는 조직 문화가 머스크 CEO의 속도 확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우주 놓고 진검승부, 로켓·위성통신·데이터센터 등 대결
= 우주에서 AI까지 이어진 이들의 대결은 향후 10년, 인류의 기술 표준과 경제 질서를 누가 결정하느냐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속도를 앞세운 ‘토끼’ 머스크 CEO가 먼저 달에 깃발을 꽂을지, 시스템을 무기로 삼은 ‘거북이’ 베이조스가 우주 경제의 실질적인 표준을 점령할지 주목된다. 현재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의 경쟁은 로켓과 위성, 그리고 차세대 먹거리인 ‘우주 데이터센터’로 전면 확대됐다. 로켓 분야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압도적인 중량 화물을 실어 나르는 동안, 블루오리진은 ‘뉴글렌’의 재사용 기술을 고도화하며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위성 통신 시장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1만 기 이상의 위성을 띄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글로벌 시장을 독주하는 가운데, 아마존은 저궤도 위성망 ‘아마존 레오’ 확장을 위해 위성통신업체 글로벌스타 인수를 통해 모바일 기기 직결(D2D) 서비스로 반격을 준비 중이다. 이번 인수로 기존 200여 기였던 위성망에 글로벌스타의 위성 24기를 추가해 2028년부터 지상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위성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직접 연결한다는 복안이다.
가장 뜨거운 전장은 우주 데이터센터다. 머스크 CEO가 AI 연산 능력을 갖춘 최대 100만 기의 위성을 통해 궤도상에 거대 컴퓨팅 망을 구축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내자, 베이조스 역시 ‘프로젝트 선라이즈’를 통해 5만여 기의 위성으로 우주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상의 전력 및 냉각 한계를 우주의 무한한 자원으로 돌파하려는 이들의 ‘우주 컴퓨팅’ 전쟁은 차세대 AI 시대의 인프라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결정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