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청소현장 르포
도로침수 방지 위해 설치했지만
꽁초 수북 휴지통 전략 “세 낭비”
20일 서울 종로구 빗물받이 청소반이 종각역 근처에서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있다. 왼쪽 확대 사진은 담배꽁초로 가득 찬 빗물받이 내부 모습.
글·사진=조언 기자
“여기 빗물받이에 쌓인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이 보이십니까? 아무리 열심히 치워도 길어야 한 달을 못 갑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일대에서 만난 종로구 빗물받이 청소반원은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채 이같이 말했다. 이날 3인 1조로 이뤄진 작업자들은 집게와 진공 장비를 이용해 빗물받이 안에 쌓인 담배꽁초와 낙엽 등을 꺼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굵은 땀방울을 훔치던 다른 작업자는 “깨끗하게 치워도 돌아서면 금세 담배꽁초로 막혀 있다”며 “깨진 항아리에 물 붓는 격이라 허탈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일부 시민들이 청소 작업 도중에도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모습이 여러 번 목격되기도 했다.
기후변화 가속화로 국지성 호우가 증가하는 가운데 도로 침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거리의 빗물받이가 마치 ‘쓰레기통’처럼 전락해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따라 빗물받이 청소를 위한 인건비와 시설 수리·교체비 등 수백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낭비되고 도로 침수 우려도 커지고 있어, 실종된 시민 의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주요 거리 빗물받이 청소에 투입되는 예산으로는 총 247억 원이 편성됐다. 빗물받이 한 개를 청소하는 데만 1만5000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시는 설명했다. 종로구의 약 1만6000개 시설을 포함해 서울시 전체에 설치된 빗물받이는 57만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빗물받이를 모두 한 차례 청소하는 데만 약 86억 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빗물받이는 도로 위 빗물을 하수관로로 유도하는 핵심 시설이다. 2022년 서울 강남역 침수 사태 등 최근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빗물받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아스팔트로 덮인 도심 지역일수록 빗물받이 등 배수시설 기능이 침수 피해를 좌우한다”며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배수시설 기능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