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중동 등 전쟁에 위기
기존 반대입장 백지화 추진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심화로 유럽연합(EU)이 북극권 석유·천연가스 시추 반대 입장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EU가 올해 가을 북극권 정책 심의 마감을 앞두고 ‘북극권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지하에 존치한다’는 내용의 지난 2021년 제안에 대한 백지화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초안에는 새로운 시추를 포기하기 위해 국제사회 파트너 지지를 확보하는 데 진전이 전혀 없고, EU 집행위원회는 가능한 대안을 심의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U의 방향 선회는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점점 더 심각한 위기로 부각되는 국면에서 나왔다.
유럽은 북극권 석유·가스 시추 유예(moratorium)를 제안한 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올해 미국과 이란의 전쟁 등으로 연달아 타격을 받고 있다. E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석탄, 석유를 금지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강력한 제재를 시행해 왔다. 와중에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돼 어려움이 더 커졌다.
EU 고위 관계자는 “EU 집행위원회가 북극권 석유와 가스 시추에 대한 입장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정치적 상황 전개,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시장을 다변화하고 생각이 비슷한 국가들과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FT는 노르웨이가 이번 정책의 가장 큰 수혜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는 북극권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적극적인 국가다. 또 서유럽 최대 석유 생산국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공급국가로서 EU에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EU의 이번 정책 선회에 자국 입장을 연계하려 하고 있다. 이달 EU에 보낸 제안서에서 “안정, 지속가능 발전 등 공통 이익에 기반한 협력강화 잠재력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EU가 이 같은 정책 유턴을 본격화하면 환경단체들의 거센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