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 연합뉴스
미국에서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사실상 미국과 함께 대등한 수준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유일한 국가로까지 평가받아 왔다. 정치권에서는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를 중심으로 한 친(親)이스라엘 유대인 네트워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도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인식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가자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까지 이어지며 중동 분쟁이 장기화되자, 미국 내 여론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3%가 이스라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42%에서 11%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불과 3년 사이 과반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특히 전통적으로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했던 공화당 내부 변화가 두드러진다. 50세 미만 공화당원의 50%가 이스라엘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이는 2022년 35%에서 크게 증가한 결과다.
세대별 인식 차이도 뚜렷하다. 젊은 층일수록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을 ‘피해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2024년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미국인 가운데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한다는 응답(33%)이 이스라엘(14%)의 두 배를 넘었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호감도(60%) 역시 이스라엘(46%)보다 높았다. 이들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시기에 성장했고, 2023년 가자지구 전쟁 이후의 영상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을 접하면서 이러한 인식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사회 분위기에서도 수치로 확인된다. 미국유대인위원회(AJC)의 작년 조사에서 미국 유대인의 91%가 “지난 1년 동안 반유대주의 때문에 더 불안해졌다”고 답했다. 반명예훼손연맹(ADL) 조사에서는 18%가 직접적인 공격·모욕·협박을 경험했고, 44%는 배제나 차별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의 긴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발표된 AJC 조사에서 유대인 대학생의 42%가 캠퍼스에서 반유대주의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2024~2025 학년도 대학 내 반유대주의 사건은 2334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도 2024년 미국 내 반유대주의 사건은 9354건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이처럼 이스라엘을 둘러싼 갈등은 미국 사회 내부의 분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더욱 분명하다. 특히 보수 진영, 이른바 트럼프 지지층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에서 이스라엘 문제를 둘러싼 균열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보수 진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온라인 유명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전 폭스뉴스 진행자 메긴 켈리는 이번 전쟁을 두고 “‘이스라엘 우선주의자들(Israel firsters)’이 미국 국민에게 팔아넘긴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보수 진영에서 가장 큰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방송인으로 꼽히는 폭스뉴스 앵커 출신 터커 칼슨은 이번 공습에 대해 “완전히 역겹고 사악하다(absolutely disgusting and evil)”며 “이 전쟁은 이스라엘이 원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흐름에서 보수 진영 인사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 출신 정치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을 ‘집단 학살’로 규정하며 이란 전쟁에 대해서도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의 개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트럼프 지지자였던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이 사임하면서 “미국이 이 전쟁에 들어간 것은 이스라엘과 그 강력한 미국 내 로비의 압력 때문”이라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그는 트럼프 진영에서 안보 분야 핵심 인사로 꼽히던 인물로, 이번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을 넘어 내부 불만이 표출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에는 공화당과 보수 진영이 거의 일치된 태도로 이스라엘을 지지해왔지만, 지금은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전쟁과 동맹의 의미를 둘러싼 근본적인 충돌이 공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란 전쟁은 미국 내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속시키며 ‘이스라엘=절대적 동맹’이라는 기존 인식을 약화시키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