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서명 분야 1위 업체
2015년 창업 후 누적 이용자 1000만
올 상반기 AI 계약 관리 서비스 출시
11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에서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 2026.2.11. / 고운호 기자
“인공지능(AI)이 계약서 작성·검토·해지·갱신 등 계약의 시작과 끝을 모두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자 서명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모두싸인이 AI 계약 관리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15년 창업한 모두싸인은 현재 국내 전자 서명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영준 대표는 “모두싸인 누적 이용자는 1000만명에 달한다”면서 “전자 계약은 종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 법학과 출신인 이 대표는 부산대 출신 2명과 함께 2014년 학교 근처 투룸에서 앱 개발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는 “서울에 올라와 행정고시 준비를 했었지만 시험 공부도, 공무원 생활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부산으로 내려왔다”면서 “당시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하면서 각종 앱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던 시기였는데 법적인 계약 문제를 조금 더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리 멤버들과 부산에서 모두싸인을 창업했다.
모두싸인은 계약 당사자들이 각종 계약서·통지서 등 서명이 필요한 문서 템플릿을 골라 관련 정보를 입력한 뒤 전자 서명을 하도록 만든 플랫폼 서비스다. 전자 계약의 법적 효력은 종이 계약과 똑같다. 이 대표는 “계약은 구두로도 성립을 하지만 분쟁이 생겼을 때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서 계약서를 작성한다”면서 “현행법은 그 형식이 종이든, 전자 계약이든 모두 똑같이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싸인의 이용자가 급증한 것은 편의성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04년부터 전자 계약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공인인증서 기반이라 사용이 번거로워 서비스가 확산하지 못했다”면서 “토스가 공인인증서 없이 전자 송금 서비스를 도입해 성공한 것처럼 모두싸인도 공인인증서를 없애면서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전자 서명은 종이보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종이에 서명을 하려면 당사자들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또 종이 계약서는 분실·훼손·변조될 수 있고, 불이 나면 소실돼 사라진다. 이 대표는 “기업에서도 담당자가 퇴사하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 해당 업무 담당자가 누구였는지 찾을 수도 없다”면서 “전자 서명을 하면 서명한 날짜, 담당자 정보 등이 모두 남아 있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모두싸인은 민감한 정보가 들어 있는 계약서를 관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보안 사고는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AWS(아마존웹서비스)와 네이버클라우드에 계약서가 저장된다”면서 “해커가 계약서를 위·변조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ISMS-P(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CSAP(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인증)를 비롯해 ISO 27001, 27017, 27018 등 국내외 주요 정보보호 인증을 모두 취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전자 계약 도입은 미진한 상황이다. 종이로 계약하거나 결재하는 관행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일본이 도장을 찍는 문화가 강해서 ‘아날로그 재팬’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일본의 공공 부문 전자 계약 도입은 한국보다 훨씬 빠르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를 하면서 도장을 찍는 일이 불가능해지자 정부 차원에서 도장을 찍는 업무를 99% 없애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자 서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서울시·공무원연금공단·신용보증기금 등 200여 기관만 전자 서명을 도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심리적 거부감이나 막연한 불안감이 전자 서명 확산의 장애물”이라면서도 “일본에서도 공공 부문의 전자 서명 도입이 활성화된 만큼 한국에서도 전자 서명에 익숙해지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싸인은 AI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AI가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특정 계약서를 찾아줄 뿐 아니라 계약 체결일, 금액, 종료일 등을 분석하는 서비스”라며 “올해 상반기에 AI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기존 계약서와 충돌 여부를 검토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두싸인은 ‘계약의 표준’이 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서명이 필요한 업무의 80~90%를 모두싸인이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면서 “전자 서명에 그치지 않고 AI를 통한 계약 관리부터 계약 대금이 오가는 핀테크 분야 등으로 사업을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