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 시각)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제벨알리 항구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위성사진업체 ‘플래닛랩스’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중동 지역 위성 사진을 촬영 후 2주 동안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플래닛랩스는 관측 위성 수백 대를 운영하면서 업데이트되는 위성 사진을 정부·기업·언론 등에 판매하는 회사다. 본래는 촬영하자마자 수시간 내에 고객에게 바로 위성사진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번 이란 전쟁 기간 동안은 위성사진을 일정 기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적대국들이 플래닛랩스의 중동 위성 사진을 미국이나 동맹국 타격에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상업용 우주 위성 기술이 전쟁 중엔 치명적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23년 가자 전쟁 당시에도 위성 사진을 한 달가량 공개하지 않은 바 있다.
우주 위성 기술이 현대전에서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목표물 탐지, 미사일 추적, 무기 유도, 군 통신 등에 있어서 우주 위성 기술이 대단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 전쟁에서도 각종 우주 위성 기술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관리들도 최근 이란 관련 작전에서 우주군이 초기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목표물 탐지부터 미사일 추적까지… 전쟁 판도 바꾸는 우주 위성 기술
미국 우주 기업 맥사 테크놀로지는 플래닛랩스처럼 우주 위성 사진을 상업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월드뷰-3위성(WV-3)은 ‘31㎝의 해상도’로 특정 지역 위성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이는 위성 사진의 픽셀(점) 하나가 실제 지상의 가로·세로 31㎝를 나타낸다는 뜻이다. 이 정도 해상도면 특정 지역에 있는 자동차가 세단인지 SUV인지, 트럭인지 구분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루프 유무까지 알 수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런 맥사 테크놀로지의 위성 사진을 이번 이란 전쟁에 적극 활용했다. 위성사진을 팰런티어의 AI 시스템(메이븐 프로젝트 등)으로 분석, 알리 하메네이 이란 지도자가 어떤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는 등의 정보를 얻어냈고, 이를 통해 하메네이를 신속하게 사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쟁 공격의 성공 여부가 우주 위성 기술 확보에 따라 판가름 나는 것이다.
우주 위성 기술은 사진이 잘 찍히지 않는 구름 낀 한낮이나 어두운 밤에도 적의 위치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저궤도 합성개구레이더(SAR·Small Satellite Synthetic Aperture Radar)다. 어두운 밤에도 위성으로 전파를 넓게 쏴서 반사되는 것으로 그 지역 일대를 선명하게 촬영하고, 이를 통해 미사일이나 탱크 같은 각종 금속 재질 물체가 이동하는 것도 바로 감지해낸다. 핀란드 스타트업 아이스아이(Iceye)는 이 기술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가 된 기업이다. 초소형 SAR 위성을 빠르게 개발·제작·보급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22년 아이스아이와 위성 1기를 계약, 이를 통해 중요 지역에 대해 고빈도 레이더 영상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폭풍우가 치는 밤에도 선명한 러시아군의 전차 배치를 받아볼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아이스아이는 18개월마다 새로운 SAR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카펠라도 초소형 SAR 위성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저렴한 개발 비용으로 수십~수백 개의 위성을 확보, 이를 통해 관심 지역에 대한 고성능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위성 인터넷, 현대전의 히든 병기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 역시 전쟁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지구에서 추적이 가능한 스타링크 위성은 현재 9900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전기가 끊긴 방공호나 숲에서도 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지난 1월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가 불거졌을 때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자, 스페이스X는 이란에 저궤도 위성 인터넷을 통해 무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활동가들이 전쟁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할 수 있었다. 미군이 이란 타격에 동원했던 저비용 무인 전투 공격 시스템(LUCAS·루카스)도 스타링크를 통해 미국 본토에서 조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열세를 뒤집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던 위성 통신망을 해킹해서 먹통으로 만들자, 이때 미국이 스타링크 단말기를 즉시 키이우에 투입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덕분에 같은 해 8월 스타링크 단말기를 차에 싣고 달리며 실시간으로 적군 위치를 공유하고 포격 지원을 요청함으로써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을 기습 탈환할 수 있었다.
같은 해 9월에도 우크라이나는 폭탄을 실은 무인 보트(해상 드론)에 스타링크 안테나를 장착, 이를 통해 수백 km 밖 지휘소에서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영상을 보며 러시아 흑해 함대의 군함들을 타격했다.
KAIST 우주연구원장인 한재흥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우주 위성 기술이 전쟁 판도를 결정짓는 것이 갈수록 당연해지고 있다”면서 “적 지도부를 제거하고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하기 위한 정보를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얻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젠 누가 첨단 우주 위성 기술을 손에 넣느냐에 따라 현대전의 승패가 갈리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