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 / 뉴스1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동안 전국 지방노동위가 원청 사용자성 판단을 내린 건 대부분에 대해 하청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지방노동위에 접수된 사용자성 관련 170건 가운데 현재까지 23건에 대한 판단이 내려졌는데, 21건에 대해 원청 업체가 ‘사용자성’이 있다고 한 것이다. 교섭 단위 분리 신청도 현재까지 인정 13건, 기각 6건으로 70% 가까이 하청 노조 편을 들고 있다.
사용자성이 인정된 원청 업체가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원청은 판단에 불복해 재심 청구를 할 수 있지만, 정부가 이미 노동계에 기울어진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의미가 있을지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자칫 정부에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교섭에 응할 경우 수많은 하청 노조의 교섭 요청에 직면할 수 있어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우려했던 노란봉투법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원청 기업들은 어디까지를 교섭 상대로 봐야 하는지, 이들과 어떤 내용을 놓고 교섭해야 하는지 가늠조차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사용자로 인정되면 하청 노조가 파업해도 대체 근로자 투입에 제약을 받는 문제,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하청 노조와 교섭할 경우 하청 업체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 원청의 일반적 관리 행위가 사용자성 인정의 근거가 되기 쉬운 문제 등도 부작용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법을 별다른 논의도 없이 밀어붙일 때부터 나온 우려들이 속속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부는 “법 자체가 원·하청 간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도가 안착 중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 우리처럼 노사 관계의 균형추가 완전히 노동 쪽으로 기울어진 나라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식으로 노조는 ‘법대로 하자’고 하고 일선 노동위원회는 매번 노동계에 유리한 결정을 내린다면 존폐를 걱정해야 할 기업이 많을 것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최소한의 균형이라도 유지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보완 조치도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