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금리 인하” 기조 고집
금리 인하에서 투자, 소비로 이어지는 고리 약해져
“60년대 비해 금리 인하에 따른 소비 반응 17% 감소”
뉴욕 연방준비은행/조선일보DB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한 달 후 취임을 앞둔 가운데,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금리 인하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집하는 ‘금리 인하’ 기조에 대해,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뉴욕 연은은 예전과 같은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두려면 금리를 더 많이 낮춰야 하며, 한계선까지 내리면 정책 효과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낮춰 성장 유도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뉴욕 연은은 지난달 ‘투자 구조의 변화와 통화 정책의 영향력 약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상 연준과 같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추가적인 고용 증대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로 이어져 경기가 살아난다.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하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근거해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한다. 미국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세계 최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창 이란과 전쟁을 벌이던 지난 12일(현지 시각)에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연준 의장인 제롬 ‘너무 늦는(Too Late)’ 파월은 지금 어디에 있나”라며 “그는 다음 회의를 기다리지 말고 즉각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중동 사태 여파로 실제 금리 인하 기대는 줄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 내정자가 5월 취임하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도 있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늦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 중에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기준 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내년 9월이면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0.25%포인트 낮아질 확률이 39.1%로 가장 높다.
◇“서비스·수입·자동화로 금리 인하→소비 확대 고리 약해져”
뉴욕 연은은 기준금리 인하에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예전만큼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 연은이 주목한 건 투자의 구조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우선 과거에는 소프트웨어나 지식재산권 등 무형 자산에 대한 투자가 적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폭 커졌다. 뉴욕 연은은 “1950년대 GDP의 1% 미만이던 지식재산 생산물 투자가 2024년 초 5.5% 이상으로 성장했다”고 짚었다.
또 투자를 위해 새로 구입하는 장비가 수입품인 경우도 많고, 자동화 등으로 투자에서 노동자의 임금으로 전환되는 비율(노동소득 분배율)도 하락했다. 이에 따라 투자재·내구재에 지출된 1달러당 국내 노동 소득 환산액이 58센트에서 46센트로 떨어졌다는 게 뉴욕 연은 설명이다.
이처럼 투자에서 소득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약해지면서, 금리를 낮춰도 소득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뉴욕 연은 추산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근로소득의 금리 변화에 따른 반응도가 1960년대에 비해 23% 줄었다. 소비 반응도 역시 17% 감소했다. 뉴욕 연은은 “노동소득을 자극하기 위해 과거 수십 년 전보다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 연은은 그러면서 향후 시장이 더욱 개방되고 서비스 중심으로 변모할수록 금리 인하 효과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에서 금리를 마구 내리다가는 더 이상 금리를 낮춰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실효 하한(ELB)’에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