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안 나옵니다” 지난 15일 오후 1시쯤 7평짜리 수용 거실 한쪽에 마련된 화장실에서 식판을 설거지하던 한 수용자가 말했다. 화장실 크기는 1평이 안 돼 한 사람씩만 쓸 수 있었고, 수용 거실에서 함께 식사를 한 수용자 18명이 차례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교도관이 외부에서 물을 떠온 후에야 수용자들은 가까스로 설거지를 마칠 수 있었다.
안양교도소 복도. /법무부
법무부가 경기 안양시 안양교도소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일일 수용자 체험’을 진행하던 중 생긴 일이다. 1963년 준공된 안양교도소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낡은 시설 탓에 공동 물탱크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수압이 약해졌다”며 “이곳에서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둘러본 안양교도소의 낙후된 시설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복도 벽면은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천장에는 가스관, 수도관 등 각종 배관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특히 배관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ㄷ(디귿)자’ 철제 지지대도 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문제는 이처럼 낙후된 시설이 안양교도소의 교정·교화 기능에 실질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양교도소는 수용동을 비롯해 총 1만2107평 규모 89개 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34개 동은 지난해 안전진단에서 ‘조속한 보수·보강 필요’ 등급인 C등급을 받았다. 수용자들의 종교 활동을 돕는 교회당은 1~2층으로 운영됐다가 2층 교회당이 붕괴 우려 진단을 받으면서 1층에서만 축소 운영되고 있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노후 시설이 수년째 방치되면서 수용자들에 대한 내실 있는 교정·교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했다. 사실상 범죄자들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취지다.
안양교도소 혼거 수용거실. /법무부
낙후된 시설과 함께 과밀 수용 문제도 안양교도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안양교도소의 정원은 1700명이지만 지난 17일 기준 현원은 2284명으로 수용률은 134.4%에 달한다. 전국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125%)을 훨씬 웃돌고 있는 것이다.
일일 수용자 체험이 진행된 혼거 수용거실 크기는 약 7.4평(24.61 ㎡)이었는데, 이곳에서 통상 15~17명의 수용자들이 함께 생활한다고 한다. 수용자 한 사람당 0.5평도 안 되는 공간을 쓰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수용자들이 1.3평(4.13㎡)짜리 독거실로 가기 위해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도 종종 생긴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수용자 체험에 참여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수용자의 안전과 인권, 위생 및 처우 측면에서 시설 신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안양교도소 현대화 사업의 시급성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