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은 총재 취임사서 밝혀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으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뉴스1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발표한 취임사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 처음으로 출근한 신 총재는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가 마주한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방 압력과 경기 하방 압력이 동시에 증대되었고,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세계 경제 질서는 지정학적 갈등과 AI 기술 혁명으로 대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AI 기술은 지난 몇 년 사이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켰고 앞으로도 경제 성장과 생산성, 노동시장 등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대해선 “인구 구조 변화, 양극화 심화, 부동산 시장과 가계 부채 문제로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세계 경제의 변화와 맞물려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신 총재는 이 같은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역사는 경제 환경의 변화에 부응해 끊임없이 진화해온 과정이었다”며 “20세기 초 대공황과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거치며 중앙은행은 물가와 성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거시 경제 운영의 축으로 자리 잡았고, 금융 위기 이후엔 금융 안정이 중요한 책무로 더해졌다”고 했다.
한은이 이런 변화 앞에서 추구해야 할 과제로는 크게 유연한 통화 정책, 금융 안정 시스템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 및 원화 국제화, 경제 구조 개혁에 대한 한은 역할 강화 등 네 가지를 제안했다. 신 총재는 “정책 변수 간 복잡한 상충 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정책 수단을 재점검하고 정부와는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책 공조를 해나가겠다”며 “금융 안정에 대해선 비은행 부문의 확대, 시장 간 연계성 강화를 고려하는 등 기존의 건전성 지표와 함께 시장 가격 지표의 움직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기 경보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원화 국제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 총재는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추진하고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외환 거래의 접근성과 안정성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선하겠다”며 “아울러 디지털 금융 혁신에 대응해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해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와 예금 토큰의 활용도를 높이고, 프로젝트 아고라 등 국제 협력을 통해 디지털 지급 결제 환경에서도 원화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 ‘프로젝트 한강’과 ‘프로젝트 아고라’는 한은과 신 총재가 일했던 BIS(국제결제은행)가 각각 추진하는 중앙은행 주도 디지털 화폐 프로젝트다.
이창용 전 총재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이른바 ‘구조 개혁 시리즈’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신 총재는 “여러 구조적 문제는 통화 정책의 운영을 이루는 핵심 변수”라며 “구조적 요인이 통화 정책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통화 정책 운영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한은이 이런 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정책 제언을 지속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