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협업을 외치지만 실제론 무늬만 협업인 조직이 적지 않다. 총론에서는 협업을 정답처럼 말한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피로와 충돌, 그리고 협업의 비효율성을 토로한다. 협업은 불편한 미덕일까, 아니면 성과 향상의 필수 조건일까.
미국의 유전학자 윌리엄 뮤어는 흥미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는 생산성이 높은 닭만 선별해 ‘슈퍼 닭 집단’을 구성했다. 닭들은 서로를 공격했고, 집단은 빠르게 붕괴했다. 산란율 역시 낮아졌다. 반면 평범한 닭들 집단은 공격성이 낮았고, 전체 산란량은 오히려 더 많았다. 개인 단위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경쟁이 집단 전체의 성과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고전적 사례다.
스탠퍼드대의 협업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혼자 일하게 하고, 다른 한쪽에는 ‘함께 일하고 있다’는 인식을 부여했다. 협업을 인식한 그룹은 과제 지속 시간이 약 48~64% 더 길었고, 몰입과 내재적 동기 역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협업은 단순한 작업 방식이 아니라, 연결감만으로도 인간의 동기를 자극하는 심리적 장치임을 시사한다. 개인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더 오래, 더 깊게 일한다. 현장에선 협업이 생산성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왜일까. 전략이 아닌 구호, 기준과 책임 없는 무조건 연결이 협업 동력을 상실시켜서다. 잘 설계된 협업은 생산성을 향상시키지만, 오용·남용되면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Q1. 우리 부서는 워낙 바빠 팀장으로서 ‘협업’을 꺼내기 눈치 보인다.
A.
김 코치: 많은 리더가 협업을 무조건 좋은 미덕으로 생각한다. 협업은 공짜가 아니고 비싼 자원이다. 협업이 시작되는 순간, 시간은 늘어나고 의사결정은 느려지며, 책임은 흐려진다. 특히 협업 요청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조직 네트워크 연구를 이끈 롭 크로스의 연구에 의하면, 협업은 소수의 ‘중심 인재’에게 집중된다. 전체 인원의 3~5%의 인재가 조직 내에서 창출되는 협업 부가가치의 20~35%를 담당한다. 결국 이들은 먼저 번아웃에 도달한다. 이른바 협업 과부하 현상이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협업을 선별하는 것’이다.
조직에는 개인 과업, 분업, 협업 등 세 가지 일이 존재한다. 개인 과업은 책임이 명확하고 속도가 중요한 일, 분업은 효율을 위해 일을 나누는 구조, 협업은 나뉜 일을 다시 연결해 더 높은 품질을 만드는 과정이다. 구글은 협업 장려 조직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내부 운영은 철저히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다. 프로젝트 단위로 명확한 오너십을 부여하고 불필요한 협업 요청은 줄이며 핵심 협업만 남긴다. 협업은 다다익선이 아니라 소소익선이다. 분업할 일에 협업을 요구하면 갈등이 발생하고, 협업이 필요한데 분업으로 운영하면 품질이 저하된다. 리더는 협업 요청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Q2. 불필요한 협업을 줄이려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A.
김 코치: 첫째, 개인완결 영역을 최대화해야 한다. 개인이 어디까지 단독으로 책임지고 끝낼 수 있는지를 먼저 설계한다. 깊은 몰입 상태에서 개인 작업 시간이 성과의 질과 속도를 좌우한다. 개인이 스스로 완결할 수 있는 범위가 커질수록 협업은 선택이 되고 선택된 협업만이 높은 집중도를 유지한다. 둘째, 협업 요청에 진입장벽을 만들자. 요청 전 최소한의 준비와 사고를 요구하는 진입장벽을 만들면 협업의 질은 올라가고 양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협업 요청 시 “이 일을 해결하려고 요청 전에 시도한 방법은 무엇인가” “왜 협업이 필요한가” “상대에게 요구하는 범위와 기간은 얼마인가” 등 사전 질문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다. 반복되는 협업 요청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웃 부서의 도움 요청에 ‘도와줘야 하나, 거절해야 하나’ 매번 망설이기보다 요청 필터를 만들자. 일회성 요청은 기준을 정해 판단하고, 반복되는 것은 표준화해보자.
Q3. 역할과 책임을 나눠도 조직 업무에 회색지대는 생기기 마련이다.
A.
김 코치: 조직의 회색지대는 R&R (Role & Responsibility)로 해결이 힘들다. 아무리 경계를 정교하게 해도 실제 문제는 그 경계를 넘나드는 지점에서 만들어져서다. 조직이 복잡해질수록, 중요한 일일수록 역할 정의 바깥에서 발생한다. 애매한 문제를 모두 함께할 것을 강조할수록 방치된다.
역할 중심의 R&R이 아니라 접점 중심 설계, R&R(Reward & Risk) 관점으로 번역하자. 첫째, 공동 영역일수록 최종 책임자를 지정하자. 협업은 공동 수행일 수 있지만, 책임까지 공동이 되는 순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여러 부서(사람)가 관여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책임자를 둬야 속도가 난다.
둘째, 경계를 넘는 ‘개입 기준’을 명문화하자. 이때, ‘누가 할 것인가’보다 ‘언제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가’를 먼저 정의하자. 예를 들어,고객 불만이 한 달에 50건 이상 누적되면 품질팀과 영업팀이 동시에 개입하고, 최종 대응 책임은 고객 경험 담당자에게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일정 기준을 넘으면 관련 부서가 자동으로 움직이도록 정하는 것이다.
셋째, 회색지대 업무 기여를 측정하고 보상하자. 개인 평가에 드러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팀 간 협력, 지식 공유, 타 부서 지원을 성과 평가에 포함시켜 개인 성과를 조직 성과와 연결한다. 협업을 ‘측정 가능한 성과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Q4. 같은 조직에 속해 있지만 하는 일이 서로 너무 다르다. 어떻게 협업을 해야 하나.
A.
김 코치: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조직에서 협업이 어색한 이유는 협력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체를 보는 시야를 공유하지 않아서다. 쉬운 비유로 오케스트라는 같은 곡을 서로 다른 악기로 연주한다. 악기가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같은 곡을 연주하고 있는지, 같은 박자를 맞추고 있는지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부서 기능이 다른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동일한 목표와 흐름 위에 있지 않으면 각자의 최선이 전체의 실패로 이어진다.
미국의 학습조직학자 피터 센게가 ‘맥주 게임(Beer Game)’으로 부분 최적화의 문제를 제시한다. 소매상, 도매상, 유통업자, 제조업자가 각자 영역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해 움직였다. 하지만, 전체 흐름을 보지 못한 채 정보가 단절되자 작은 고객 수요 변화가 과잉 주문과 재고 폭증으로 이어졌다. 전체 최적화를 못한 ‘부분 최적화’의 함정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의 이질적 부서가 협업하려면 3가지 소통 규칙을 정하면 유용하다. 첫째, 단순히 업무나 보고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왜 그렇게 일하는지, 어떤 제약과 목표 속에서 판단하는지를 이해하는 자리를 가져보자. 둘째, 결과 공유보다 과정 공유를 해보자. 어디에서 막혔는지, 왜 특정 선택을 했는지, 어떤 제약이 있었는지를 공유할 때 비로소 서로의 판단 기준이 연결된다. 셋째, 공식 채널보다 짧은 연결을 만들어보자. 주간 10분 크로스 체크 미팅, 이슈 발생 시 즉시 연결되는 소규모 채널 같은 단순한 장치만으로도 흐름은 달라진다.
원팀은 같은 일이 아니라 같은 시야와 시각을 가지는 데서 비롯된다. TEAM은 Target(공유된 목표·방향), Energy(힘·시너지), Align(기준·우선순위 일치), Mingle(상호작용·관계와 의미체계)을 함께할 때 작동한다. 협업은 더 많이 모이고 더 오래 이야기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서로의 일을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의 흐름을 만들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공통의 기준을 세우며, 서로 다른 언어를 연결하는 번역의 대화가 있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코칭경영원 코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5호(2026.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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