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 교수·김사인 시인, 인문학강좌 ‘무심-지혜의 언덕’ 청주서 12일 개강
지인·후배도 동참…연말까지 시학·사학·미중관계 등 14강·답사 이어가
인문학 강좌 ‘무심-지혜의 언덕’얼개를 짠 허원 서원대 명예교수. 오윤주 기자
‘인생칠십고래희’. 중국의 대시인 두보의 ‘곡강’ 시 한 부분인데, ‘인생살이 70살(일흔)은 드물다’는 말이다. 제목·내용보다 ‘일흔=고희’라는 것만 기억하는 이가 태반이다. 애주가였던 시인은 “술 외상값은 가는 곳마다 있지만, 인생 칠십은 드물다”고 노래했다.
두보는 일흔에서 마지막을 떠올렸지만, 일흔에 의기투합해 새로운 시작을 알린 두 학자가 있다. 동양사학자인 허원(71) 서원대 역사교육학과 명예교수와 김사인(70) 시인은 충북 청주에서 인문학 강좌 ‘무심-지혜의 언덕’을 펼친다. ‘탈 유튜브 대면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이 강좌는 오는 12일 저녁 충북도청 옆 충북연구원에서 개강해 12월까지 14차례 강의와 2차례 답사가 이어진다.
인문학 강좌 ‘무심-지혜의 언덕’에 참여하는 김사인 시인. 나는 베짱이 제공
서원대에서 독립운동사 등 역사를 가르친 허 교수는 지금 청주 옛 도심 연구실에서 동양사학 연구에 몰두한다. 김 시인은 1981년 ‘시와 경제’ 창간 동인으로 시를 썼다. ‘가만히 좋아하는’, ‘어린 당나귀 곁에서’, ‘밤에 쓰는 편지’ 등 시집을 내고, 평론하며, 동덕여대에서 문예 창작을 가르치기도 했다. 현대문학상(2005년), 대산문학상(2006년)을 받았다.
둘은 서울대에서 만난 50년 지기다. 서로에게 허 교수는 경상도(마산) 사투리가 밴 충청도 사람이고, 김 시인은 느린 충청도(보은) 말과 행동이 남아 있는 외지 사람이다. 허 교수는 청주, 김 시인은 전북 전주에 정착했다.
둘은 ‘무심-지혜의 언덕’을 위해 서로를 채근했다.
허 교수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은 은퇴했지만 배움과 가르침엔 은퇴가 없지요. 혼란·혼탁·혼돈의 시대 어른으로서 길을 찾는 이들에게 언덕이 되고 싶었어요. 조금 높은 곳에 오르면 시야가 트이고, 지혜는 대상을 관조할 때 생길 수 있어요”라고 했다.
이에 김 시인은 “공부 더하고, 생산적 일 더 할 수 있는데 노릇 발휘 못 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조금 더 살고, 책 몇권 더 읽은 것으로 생긴 것 나누고, 도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사회 기여이자 재능기부”라고 했다. 그는 “고향 떠난 사람으로서 늘 송구하고 빚진 마음 있던 터라 밥값 좀 하고 싶었습니다. 그 친구(허 교수)가 시키면 어떤 심부름이라도 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웃었다.
인문학 강좌 ‘무심-지혜의 언덕’에 참여하는 김사인(맨 왼쪽) 시인과 허원(맨 오른쪽) 교수. 허원 교수 제공
둘의 의기투합에 또 다른 벗, 지인 등도 기꺼이 동행하기로 했다. 허 교수와 청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활동한 김영배 충북연구원장(청주대 교수), 이재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충북대 교수), 손부남 화가 등도 ‘무심-지혜의 언덕’에 참여한다.
고전과 현대, 나라 안팎을 넘나드는 석학들의 명강이 줄을 잇는다. 금강대 총장을 지낸 한광수(80) 미래동아시아연구원장(우석대 석좌교수)은 ‘미중시대 누가 중국을 견제하는가?’를 주제로 강의한다. 한국을 중심에 두고 미국과 중국, 그리고 국제 역학 관계 등을 다루는 색다른 접근이다. 한 원장은 “허 교수보다 나이는 많지만 동양사학과 동기다. 책을 내거나 할 때 제가 늘 ‘참고하는 사람’이다. 청주에서 강의는 처음인데 허 교수의 농간(?)에 기꺼이 넘어가기로 했다”고 웃었다. ‘궁궐 박사’로 알려진 홍순민(70) 명지대 명예교수와 반병률(70) 홍범도 아카데미원장 등도 ‘무심-지혜의 언덕’을 찾는다.
일흔이 넘어야 ‘무심-지혜의 언덕’ 강단에 서는 게 아니다. 진성수(56) 전북대 철학과 교수는 논어와 주역을 강의할 참이다. 진 교수는 김사인 시인 등과 천년전주 사랑모임 등을 통해 시민 대상 강의를 한 바 있다. 막내 김봉진(42) 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타이완 문제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강의한다. 김 교수는 “워낙 연세와 경륜이 높은 분들이라 살짝 떨리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뜻깊은 자리가 될 듯하다. 시민을 만나는 강의여서 설레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의·강사진 얼개를 짠 허 교수는 ‘무심-지혜의 언덕’을 통해 ‘탈 유튜브’의 매력을 보일 참이다. 허 교수는 “눈빛과 말을 주고받는 소수 정예 대면 강좌를 통해 대중매체·유튜브 등과 결이 다른 울림을 주고받으려 한다. ‘문·사·철’(문학·사학·철학)뿐 아니라 지역 문제, 지역 문화, 언론 등으로 관심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