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이유로 미-중 정상회담을 연기하자고 요청하면서, 대화를 통한 안정 국면을 기대했던 양국 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 외교 당국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가운데, 미국의 연기 요청으로 중국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오후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연기와 관련해 “방문 날짜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는 없다”며 “미국 쪽과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린 대변인은 방중 연기 요청이 중국에 대한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과 연관이 있다는 보도에는 “미국이 잘못된 보도라고 공개적으로 해명한 것에 주목했다”며 선을 그었다.
회담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의 해결을 미루게 됐다.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 관세 위법 판결 뒤, 미국 정부는 최근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며 중국을 겨눠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 분야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인공지능·반도체 등 미국의 대중국 첨단 제품·기술 수출 통제 완화도 중국에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대한 셈법도 복잡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을 활용하는 주요 석유 수입국들이 해협 안보에 기여해야 한다며 중국을 콕 집어 군함 파견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호적인 관계 속에 이란산 석유를 값싸게 수입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부담이 큰 요구다. 데니스 사이먼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방문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중국이 호르무즈해협 문제에서 도움을 주도록 압박하기 위한 방식일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 연기가 중국에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미국이 받는 압력이 커지고, 중국은 여유를 가진 채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은 “(이란) 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이것이 미국에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며 “중국 입장에서 정상회담 연기는 준비할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어 나쁘지 않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