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아폴로 이후 54년만에 저궤도 밖으로
최초의 여성 등 우주비행사 4명 탑승
달 한 바퀴 돌고 10일 후 지구로 귀환
54년만에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에 가는 아르테미스 2호가 1일 오후 6시35분(한국시각 2일 오전 7시35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이륙해 고도를 높이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인류가 역대 가장 먼 우주비행을 떠났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1일 오후 6시35분(한국시각 2일 오전 7시35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대에서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아르테미스 2호를 발사했다. 미 언론들은 발사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수십만명이 발사장 인근에 몰려든 것으로 추정했다.
아르테미스 2호 발사 책임자인 찰리 블랙웰-톰슨은 최종 카운트다운 10분이 시작되는 순간 “여러분은 미국 국민과 전 세계 파트너들의 대담한 정신, 그리고 이 세대의 희망과 꿈을 싣고 떠난다”며 “행운을 빈다, 무사히 도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2호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은 고도를 높이는 우주선에서 “아름다운 달이 떠오르고 있고, 우리는 바로 그쪽으로 향하고 있”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2호는 앞으로 하룻 동안 최대 7만km 거리의 타원궤도로 지구를 돌며 기기 점검을 마친 뒤, 달을 향해 날아간다. 이어 37만km 거리에 있는 달을 한 바퀴 돌고 귀환길에 올라 10일 후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8자 형태를 그리게 되는 비행궤적의 총 거리는 110만km다. 아르테미스 2호의 출발시 총 무게는 2600톤이지만 비행 도중에 모두 버리고 돌아올 땐 10톤짜리 승무원 탑승 캡슐만 남는다. 아르테미스 2호가 지구에 도착하게 되면, 달을 왕복한 우주비행사는 1968~1972년 아폴로 우주선의 24명을 합쳐 총 28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날 발사는 두 번의 연기 끝에 이뤄졌다. 앞서 나사는 2월 초 로켓 연료인 액체수소 누출 문제로, 3월 초엔 연료탱크 가압제인 헬륨 공급 문제로 각각 발사를 연기한 바 있다. 2022년 무인 달 왕복비행을 한 아르테미스 1호에서 첫 유인 달 왕복비행을 하는 아르테미스 2호까지 3년 4개월이 걸렸다.
아르테미스 2호의 달 왕복비행 경로. 발사 후 하룻 동안 지구를 돌며 기기 점검을 한 뒤 달을 향해 날아간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달 뒤쪽 7400km에서 반환점 돌아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4년만에 이뤄지는 이번 달 왕복비행은 달에 착륙하는 대신 달 뒤쪽 7400km 남짓 지점까지 날아간다. 이에 따라 역대 가장 먼 비행이었던 아폴로 13호의 기록(40만km)을 경신하게 된다. 반환점에 다다르는 때는 6일 오후다. 우주선이 달 뒤쪽에 있는 40여분 동안은 지구와의 통신도 두절된다.
이후 우주선은 지구 귀환길에 올라 10일 오후 8시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앞 태평양 해상에 착수한다. 귀환 비행에선 추진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중력의 힘만으로 날아온다. 달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한 뒤 지구에 가까이 오면 지구 중력의 힘으로 우주선을 끌어당기는 ‘자유 귀환’ 방식이다.
우주비행사 전원이 미국인 백인 남성이었던 아폴로 계획 때와 달리,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팀은 다양성 원칙에 따라 꾸려졌다. 이에 따라 사령관 역할을 맡은 나사 우주비행사 리드 와이즈먼을 제외한 3명은 각기 다른 ‘최초’ 기록을 갖고 있다. 제1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는 최초의 여성, 조종사 빅터 글로버는 최초의 비백인(또는 흑인), 캐나다 출신인 제2 임무 전문가 제레미 한센은 최초의 비미국인이다. 한센은 또 달에 가는 최초의 비우주비행사 출신이기도 하다. 전투기 조종사였던 그는 이번이 첫번째 우주비행이다.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하는 우주비행사들. 왼쪽부터 나사 우주비행사 리드 와이즈먼(사령관), 빅터 글로버, 크리스티나 코크, 캐나다 우주비행사 제레미 한센.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가장 큰 고비는 귀환시 대기권 재진입
이번 비행의 가장 큰 임무는 우주선 시스템, 특히 생명유지 시스템이 사람이 탑승한 상태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2호는 아르테미스 1호와 마찬가지로 에스엘에스(SLS)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으로 이뤄져 있다. 보잉이 제작을 주도한 에스엘에스 로켓은 높이 98m로 아폴로 임무에서 사용했던 새턴5(높이 111m)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추력은 15% 더 강하다.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유인 우주선 오리온은 정원이 4명으로, 3명이 탑승했던 아폴로 우주선보다 내부 공간이 50% 이상 더 넓다.
이번 비행의 가장 큰 고비는 우주선의 대기권 재진입이다. 오리온 우주선은 지구 저궤도에서 진입하는 우주선보다 훨씬 빠른 시속 4만km의 속도로 대기권을 향해 낙하한다. 이때 발생하는 3000도의 마찰열을 우주선이 잘 견뎌내야 우주비행사들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다. 아르테미스 1호 시험비행 때는 열 차폐막에서 여러 조각이 떨어져 나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나사는 차폐막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엔 오리온 우주선의 하강 각도를 바꿀 예정이다. 이 구간을 잘 통과해 속도가 시속 500km대로 떨어지면 낙하산이 펼쳐진다.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대에 기립해 있는 아르테미스 2호 로켓과 우주선.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유인 달 착륙은 2028년에 시도할 듯
나사는 지난 2월 아르테미스 달 착륙 프로그램의 추진 방식과 일정을 대폭 수정했다. 2027년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3호는 달 착륙을 포기하고, 대신 저궤도에서 달 착륙선 도킹 시험비행을 한다.
이에 따라 아르테미스 3호는 현재 스페이스엑스와 블루오리진이 개발하고 있는 달 착륙선과 나사의 오리온 우주선의 도킹 기술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엑스는 아르테미스 3·4호, 블루오리진은 아르테미스 5호에서 쓸 달 착륙선 계약 업체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3호에 성공하면 2028년 아르테미스 4호부터 매년 한 차례 이상 달 착륙을 추진하기로 했다. 착륙 후보지는 달 남극이다. 이곳에는 햇빛이 전혀 비치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많다. 과학자들은 이곳에 물얼음이 다량 존재할 것으로 본다.
나사가 달 착륙 계획을 수정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달 유인 착륙에 성공하기 위해서다. 트럼프의 임기는 2029년 1월에 끝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서명한 ‘미국의 우주우위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에서 2028년까지 미국인을 달에 보내고, 2030년까지 달 기지를 위한 초기 요소를 건설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2022년 11월 아르테미스 1호 임무에서 오리온 우주선에 탑재한 카메라로 촬영한 달과 지구.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천 조각 등 기념품 탑재
아르테미스 2호에 실린 기념품 가운데 하나인 라이트형제의 첫 비행기 천 조각 앞면과 뒷면.
올해 미국은 독립 250주년을 맞았다. 나사는 이를 기념해 미국 우주항공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념품을 우주선에 함께 실어 보냈다. 4.5kg의 기념품이 들어 있는 비행 키트에는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동력비행기 라이트 플라이어에 사용했던 작은 천 조각, 첫번째와 마지막 우주왕복선, 그리고 미국의 첫번째 민간 유인 우주선 시험비행에 실렸던 미국 국기, 아폴로 18호에서 사용하려고 했던 미국 국기, 아르테미스 1호 때 싣고 갔던 씨앗에서 자란 나무 밑동에서 채취한 흙 표본 등이 포함돼 있다.
에스엘에스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의 첫 발사는 원래 2017년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산 부족, 기술적 문제,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16번이나 연기되면서 5년이 늦어져 2022년에서야 첫 무인 달 왕복비행에 나섰다. 아르테미스 1호는 발사 4일 후 달 궤도에 도착해 표면으로부터 100~6만4000㎞ 거리에서 달을 돈 뒤 26일만에 지구로 돌아왔다.
나사는 지난 20년 동안 새 로켓과 우주선을 개발하는 데 500억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아르테미스 2호 발사에 들어간 비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2021년 나사 감사관 보고서에 따르면 에스엘에스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 발사 비용은 약 41억달러에 이른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전신인 아폴로 프로그램은 1968년부터 1972년까지 9차례 진행됐다. 아폴로 13호를 제외한 8번의 임무에서 유인 우주선이 달 궤도에 진입했으며, 이 가운데 6차례는 달 표면에 착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