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사정권’ 중거리 투사능력 과시
사거리 2000㎞ 자체 제한선 넘어선 듯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미사일 발사 훈련. [EPA/혁명수비대 제공=연합뉴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8일 “미사일 생산 역량이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사거리를 2000㎞ 아래로 억제해 왔다”고 했는데, 이번 발사에서 앞서 발표했던 것보다 두 배가량 확장된 사거리를 보여준 것이다.
수주간 지속적으로 이란을 폭격할 경우 미국 B-2, B-1, B-52 장거리 폭격기의 핵심 거점이 될 영국 주권의 페어퍼드 기지와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미 해군이 공개한 디에고 가르시아의 항공사진. /뉴시스·U.S NAVY
이란은 북한과 함께 운용 가능한 미사일 종류와 양이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인 ‘샤하브-3’와 ‘호람샤흐르’,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흐 계열 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수마르’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란은 지난 16일 사거리 약 2000㎞의 초대형 고체연료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세질(Sejjil)-2’ 미사일을 이스라엘에 발사한 바 있다.
이란이 4000㎞ 떨어진 인도양의 영국·미국 공동 군사기지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지만 목표물을 맞히진 못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은 그간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2000㎞로 스스로 제한했지만 사거리 4000km에 달하는 IRBM 발사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중동 밖의 미군 기지와 자산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은 20일 오전 인도양의 미국·영국 합동 군사 기지 디에고 가르시아에 IRBM 두 발을 발사했지만 기지를 타격하지 못했다. 1발은 비행에 실패했고 또 다른 1발은 미국 군함의 방공망에 요격된 것으로 여겨진다.
영국령 차고스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있는 이 기지는 이란에서 약 4000km 떨어져 있다. B-2 스텔스 폭격기, 핵잠수함, 유도미사일 구축함 등을 운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영국 일간 그래프는 이란에서 사거리 4000㎞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대 80개의 집속탄 탑재가 가능한 20t급 로켓 코람샤르-4일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거리 4000㎞의 미사일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서유럽 주요 도시가 이란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퍼시픽포럼의 선임연구원 윌리엄 앨버크는 이란이 그 정도 사거리의 미사일을 보유했다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그들은 아마도 개량된 미사일, 아마도 시제품을 사용했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이란 메흐로통신도 21일 이란군이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에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며 “이란 미사일의 사거리가 적이 이전에 상상했던 것 이상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전했다.
서방은 그동안 줄곧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사찰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란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한다면, 핵무기를 개발했을 경우 서유럽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 안에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기술적으론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가능하더라도, 사거리를 2000㎞로 제한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에는 사거리 2000㎞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논리였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지난달 ‘의도적으로’ 사거리를 200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장거리 무기는 개발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번 공격으로 중·장거리 무기를 보여준 셈이다. 아울러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을 계기로 이같은 투사 능력을 실전에서 과시, 중동 밖의 미군 기지와 자산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도 냈다.
이란의 이번 공격은 영국 정부가 20일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와 잉글랜드 남서부의 페어포드 기지를 미군에게 사용을 허가하기 몇 시간 전이었다고 AF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