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팩토리, 미래 모빌리티용 OBC 하우징 개발
한국세라믹기술원 AI·시물레이션 플랫폼 적극활용
공정혁신·비용절감 등 중소기업 AI 전환 우수사례
인공지능(AI)이 과학 연구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산업계에서도 AI 적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 확보와 전문 인력 부족 등 AI 도입 장벽이 여전히 높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원장 윤종석)의 AI·시뮬레이션 기반 가상공학 플랫폼 '벡터(Virtual Engineering Center for Technology-driven Open Renovation)'가 지역 중소기업의 AI 전환(AX) 물꼬를 튼 모범 사례가 나와 이목을 끈다.
진동저감 설계 전문 기업 컨트롤팩토리(대표 양동호)는 벡터가 제시한 최적의 세라믹 복합소재 조합을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용 고성능 탑재형 충전기(OBC) 하우징 개발에 성공했다. 컨트롤팩토리는 기계 등에서 소음과 진동에 의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컨설팅으로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산업계 요구를 해결해주는 기업이다.
양동호 컨트롤팩토리 대표가 한국세라믹기술원과 협업해 제작한 미래 모빌리티용 고성능 OBC 하우징 시제품을 직접 소개했다.
OBC 하우징은 전기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운행 내내 발생하는 진동과 충격에도 끄떡없는 내구성은 물론이고 적용 분야 특성상 가벼울수록 좋다. 여기에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내화성·내진성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소재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동호 대표는 “소음과 경량화는 엄밀히 상호 반비례하는 관계”라고 했다. 가볍고 얇게 가공할 수 있으면서도 튼튼한 소재는 양립할 수 없는 특성을 모두 만족하는 '완벽'한 조건이다. 기존에는 성능이 다소 부족해도 경제성이 뛰어난 소재가 산업계의 일부 수요에 대응했지만 미래 모빌리티 부품은 성능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요구한다.
이 때문에는 기존에는 알루미늄을 많이 썼다. 알루미늄도 무게가 비교적 무겁고 투과소음이 밖으로 퍼지는 등 일부 문제점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일련의 조건을 충족하는 소재로 죄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알루미늄의 물성을 넘어서는 복합소재를 찾으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소재 변경에 따른 새로운 공정 설계까지 고려하면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렵다. 하물며 소재 비전문 중소기업이라면 시도 자체가 큰 모험이다.
KICET의 가상공학 플랫폼 벡터는 컨트롤팩토리가 직면한 한계를 돌파할 수 있도록 해줬다. 회사는 플랫폼 내 세라믹 섬유 복합소재 데이터베이스와 물성 예측 AI 모델을 활용해 OBC 하우징에 가장 적합한 소재군을 추천받았다.
소재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반복 실험으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는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양질의 데이터다. KICET은 세라믹 소재 분야 전주기적 공정 장비를 도입하고 원료 조성부터 제품에 요구되는 특성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수집한 10만건 넘는 데이터를 표준화해 벡터를 구축했다.
양 대표는 “우리가 처음 고려한 조건대로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시제품만 1000개 넘게 만들어야 하고 그마저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벡터를 통해 불과 두 달 정도 만에 원하는 성능을 충족하는 소재를 찾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벡터가 도출한 최적 레시피는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면서도 구조적 성능과 내화성이 우수한 '현무암 섬유(평직)'와 고강도 접착력 및 진동 안정성을 갖춘 '에폭시 수지(수지 함량 20%)'의 조합이다. 복합소재 조합뿐 아니라 첨가제와 성형 온도, 압력 등 AI가 최적의 조건을 제시하고 컨트롤팩토리는 이를 바탕으로 큰 시행착오 없이 곧바로 시제품 제작·검증에 착수했다.
컨트롤팩토리의 자체 설계 노하우도 빛을 발했다. 서로 다른 두 개 이상 소재를 접합해 진동을 상쇄하는 CLD(Constrained Layer Damping) 기법을 적용해 진동 성능 평가에서 감쇠비를 대폭 증가시키는 결과를 확인했다. 무게도 기존 알루미늄 커버 대비 37% 가볍고 인장강도도 설계 요구치 400MPa를 약 150% 상회하는 평균 602MPa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소재 탐색과 검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컨트롤팩토리는 통상 신제품 개발 과정과 비교해 기간을 6개월이나 단축한 것으로 평가했다. 개발 기간이 곧 비용임을 고려하면 수천만원을 절감한 셈이다.
고현석 한국세라믹기술원 AI융합기술단 선임연구원(왼쪽)과 양동호 컨트롤팩토리 대표.
양 대표는 “우리 같은 설계 전문 기업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소재 전문 데이터가 부족해 개발 초기 단계에서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KICET과의 협업을 통해 AI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라고 말했다.
고현석 KICET 연구혁신본부 AI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세라믹 소재는 제조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쓰이지만 업계 생태계의 88%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벡터와 같은 플랫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의 보안 우려가 여전히 큰 만큼 기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더욱 많은 기업이 벡터를 통해 고민을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진주=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