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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론] AX 2.0 시대 국가 생존 전략 '피지컬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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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낫다'는 말이 있다. 이를 인공지능(AI)에 빗대면 '백 마디 말을 생성하는 AI보다 '실제로 행동하는 AI'를 구현하는 일은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행동하는 AI인 피지컬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언어와 이미지 중심의 생성형 AI에 더해 현실세계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다루며 상호작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실 공간의 중력, 마찰, 관성과 같은 물리 법칙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예측과 판단, 제어와 행동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AI는 화면 안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물리적 공간에서 스스로 인지·판단·행동하는 피지컬 AI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확장이 아니라, AI의 적용 범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피지컬 AI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제약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 심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재난의 일상화라는 구조적 한계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피지컬 AI는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고 위험 작업을 대체하며, 의료·돌봄·국방 등 사회 전반의 생산성과 안전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피지컬 AI는 기술적 병목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빠르게 집중된 생성형 AI와 달리 아직 주도권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기회:온디바이스 AI와 데이터

피지컬AI는 실시간 인지와 즉각적인 반응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지연이 발생하는 클라우드 중심 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연산은 기기 내부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는 곧 온디바이스 컴퓨팅의 중요성으로 이어진다.

특히 피지컬 AI가 배터리 교체 없이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낮은 전력 소모와 높은 전력 효율을 구현해야 한다. 최근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와 같은 최신 컴퓨팅 플랫폼의 연산 성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전력 효율을 훨씬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지컬 AI 시대 승부처는 적은 전력으로도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것에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R&D)의 마중물을 바탕으로 저전력·고효율 신경망처리장치(NPU) 반도체 기술을 일궈낸 딥엑스, 모빌린트, 리벨리온, 퓨리오사 등 우리 반도체 4사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 테스트베드다. 피지컬 AI의 성능은 '행동 데이터'의 축적에 의해 결정된다. 제조·물류·자동차·조선 등 다양한 산업 현장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실제 환경에서 데이터를 생성하고 검증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데이터 확보와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 자산이다.

◇피지컬 AI의 핵심 경쟁력: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월드모델

이러한 반도체와 데이터 기반 위에서, 피지컬 AI의 핵심 '두뇌'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은 시각 정보를 통해 환경을 인식하고, 언어 지시를 이해하며, 이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통합 구조를 지향한다. 여기에 현실의 물리 법칙을 가상 환경에서 재현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는 '월드 모델'이 결합해 행동의 결과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안전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월드모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현실세계에서 모든 상황을 직접 실험하기 어렵고, 위험하거나 비용이 큰 조건일수록 실제 환경에서 반복 학습하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그 결과를 다시 현실 검증으로 연결하는 '가상-현실 순환 구조'가 갖춰져야만 안전성과 학습 효율을 함께 높일 수 있다.

◇피지컬 AI 원팀 전략과 풀스택 역량

피지컬 AI 생태계는 데이터센터와 전력과 같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그 위에 데이터·플랫폼, AI 모델, 칩·하드웨어(HW), 애플리케이션(앱)이 쌓이는 계층 구조로 이루어진다. 이는 경쟁의 기준이 하나의 특정 기술이나 제품이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결합된 역량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피지컬 AI 경쟁의 본질은 전체 계층을 통합하는 '풀스택 역량'이 성패를 좌우한다. 개별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전체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개별 주체의 분절된 대응이 아니라, 산·학·연·관이 함께 움직이는 '원팀 전략'이다. 정부는 피지컬 AI 모델, 월드 모델 등 피지컬 AI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R&D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AI모델뿐 아니라 초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와 이를 구동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술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대학·연구소가 긴밀히 결집해 파운데이션 모델부터 HW, 앱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연구현장과 실제 로봇훈련 환경을 연계한 순환 구조를 통해 데이터 축적과 성능 개선을 가속화하고, 신뢰성 검증 체계를 조기에 확립할 필요가 있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진화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사회 시스템 전반을 재편할 핵심 주권 기술이다. 지금의 전략적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R&D와 선제적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대응한다면, 대한민국은 글로벌 피지컬 AI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jbhong09@iitp.kr

〈필자〉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MIS 석사, 맨체스터대에서 기술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했고 과기정통부에서 인터넷정책과장, 정책총괄과장, 통신정책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 네트워크정책실장 등을 거치며 초고속인터넷 확산, 통신시장경쟁, 사이버보안, 4차산업혁명관련 AI·데이터·스타트업육성 정책을 총괄했다. 2024년 2월 부터 AI 및 ICT 분야 핵심기술 R&D 및 인재양성을 전담 기획·지원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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