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5부제에 '자차 포기족' 속출… 대중교통 접근성이 아파트 계급 결정
부산도 역세권 인기, 1호선 명륜역 등 핵심 요지 단지 '의미있는 활기'
'역세권 쏠림' 현상. 사진=국가교통정보센터, 한국부동산원
중동발 전쟁 여파로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출퇴근 풍경이 바뀌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고 정부의 차량 운행 제한 지침이 강화되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른바 '에너지 방어형 자산'인 역세권 아파트로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과거 역세권 아파트가 '편리함'의 상징이었다면, 현재의 고유가 국면에서는 '생존'과 '실질 소득'의 문제로 직결된다. 자차 출퇴근 대신 전철을 이용할 경우 한 달 평균 20~30만 원 이상의 유류비와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차량 운행 제한 권고가 시작된 지난달부터 지하철역 도보 3분 거리 내 단지의 전세 및 매매 문의는 비역세권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공기관 2부제 및 민간 5부제를 강력히 권고하면서 자차 보유의 메리트는 급격히 낮아졌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 차를 세워둬야 하는 상황에서 '전철역과의 거리'는 곧 '기회비용의 절감'과 같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력한 차량 규제는 역세권 단지의 몸값을 띄우는 강력한 촉매제”라며 “단순히 이동의 편의를 넘어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이 역세권 아파트의 '프리미엄'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은 부산에서도 동일하게 관측된다. 특히 부산의 대동맥이라 불리는 지하철 1호선 라인을 중심으로 주거 선호도가 재편되고 있다. 도로 정체가 심하고 경사 지형이 많은 부산 특성상, 평지에 위치한 초역세권 단지의 가치는 고유가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 '해링턴 플레이스 명륜역'과 같은 단지는 이러한 시장 변화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명륜역 초역세권 입지를 갖춘 해당 단지는 차량 운행 제한과 관계없이 부산 주요 도심으로의 이동이 자유롭다는 점이 부각되며 실거주 수요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유가 급등 이후 '역에서 얼마나 가깝냐'는 질문이 상담의 80%를 차지한다”며 “차량 규제가 일상화되면서 명륜역 인근처럼 검증된 교통 요충지 아파트는 불황에도 가격이 꺾이지 않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중동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역세권'의 가치가 장기적인 가격 형성의 핵심 축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결국 고유가와 차량 규제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출퇴근 비용을 아끼고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역세권 아파트는 '주거'와 '비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전망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