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배현진 징계 취소 가처분 신청 인용
장동혁, 이의 신청도 입장 표명도 안 해
'강경 리더십' 사법부 제동에 후퇴 불가피
'시당長 복귀' 배현진에 공간 열어줄 가능성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법원이 친한(친한동훈)계 배현진 의원의 징계 취소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강경 일변도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도부가 지방선거를 앞둔 파장을 의식해 이의 신청 등 추가 대응을 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지선 준비 과정에서 장 대표의 당 운영 방식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지도부는 법원의 인용 결정 이튿날인 6일 배 의원 징계 문제를 최종적으로 매듭짓기로 결정했다. 내부에서 이의 신청 필요성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오전까지도 이의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최종적으로 장 대표가 선거 앞인 현 상황을 고려해 별도 입장표명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승리와 민생을 챙기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 대표가 더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며 "배 의원 관련해선 더 이상 당에서 나올 메시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결정 배경으로 '선거 승리'를 내세웠으나, 그간 당 안팎의 '뺄셈정치' 비판에도 친한계를 겨냥한 중앙윤리위의 징계를 거듭 용인해온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에는 '사법부 판단'의 무게 앞에서 부담을 느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특히 결정문에서 "징계 사유에 관한 충분한 심의 없이 균형을 잃은 징계양정을 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중대한 위법이 있다"며 윤리위를 직접 겨냥한 바 있다. 윤리위의 무리한 징계 결정에 제동을 걸지 않은 장 대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법원 결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면 절윤(絶尹) 거부 논란으로 이미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리더십이 더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장 대표를 향해 "이젠 법원을 제명할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장 대표가 한 발 물러선 효과는 제한적으로나마 확인되는 모습이다. 실제 한 전 대표 징계 확정 등 '징계 정국'의 분수령마다 장 대표를 향해 사퇴를 요구했던 친한계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도, 추가 대응은 없을 것이란 장 대표 입장이 공개된 후 톤을 낮췄다. 이들은 6일 오후 발표한 공개 입장문에서 윤민우 윤리위원장을 향해 사퇴를 요구한 것과 달리 장 대표에 대해선 거취 압박 없이 사과와 후속 조치만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26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1년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6.2.26 [사진=연합뉴스]
다만 법원이 장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사실상 제동을 건 모양새가 된 만큼, 향후 장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의 영향력이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이번 판결로 당권파 당협위원장들이 지난달 27일 윤리위에 제소한 '한 전 대표 대구 방문 동행' 친한계 원내외 인사 8명에 대한 징계 추진 역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7일 한 전 대표의 부산 방문에도 당내 인사들의 참여가 사실상 자유로워지면서 향후 비당권파 세 결집도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배 의원이 서울시당위원장에 복귀해 지선 성패의 핵심인 서울 지역 공천권을 다시 쥐게 되면서, 장 대표로서는 지선을 앞두고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비당권파와의 일정한 타협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서울과 부산만 지켜도 장 대표가 지선 이후 고정 지지층을 바탕으로 분위기를 타 당권을 유지할 여지가 있다고 볼 것"이라며 중도 표심이 중요한 지역은 향후 장 대표가 직접 개입을 줄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