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31일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 바닥이 말라 있다. 정효진 기자
2000년대 초반 이후 폭염과 가뭄이 연달아 발생하는 복합재해가 급증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는 단순한 더위로 끝났던 폭염이 이제는 땅을 바짝 말리는 가뭄으로 이어지며 강력한 복합재해로 번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김용준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연구원과 예상욱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 44년(1980~2023년)간의 전 지구적 복합재해 발생 패턴을 분석한 결과, 폭염 직후 가뭄이 이어지는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가 2000년대 초반 이후 ‘비선형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초반 이후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 발생 면적은 과거(1980~2001년)에 비해 109.8% 증가했다.
재해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과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 피해 면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2000년대 초반 이전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피해 면적이 1.6%씩 증가했지만, 2000년대 초반 이후에는 같은 조건에서 13.1% 증가해 약 8배로 커졌다.
폭염은 가뭄의 위험도 키웠다. 연구진에 따르면 폭염 이후 연쇄적으로 발생한 가뭄의 강도는 일반적인 단독 가뭄보다 3.71배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1990년대 후반 이후 강화된 지면과 대기의 상호작용을 꼽았다. 지구 평균기온이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서 뜨거워진 대기가 지표면의 수분을 급격히 앗아가고, 메마른 땅은 다시 대기를 더 뜨겁게 데우는 ‘피드백’이 강력해졌다는 설명이다.
원래부터 지면과 대기의 상호작용이 강했던 아마존 등 남아메리카 지역뿐 아니라, 과거에는 기온이 올라도 가뭄으로 잘 이어지지 않던 북아메리카 북서부, 동유럽 등에서도 폭염-가뭄 복합재해가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폭염 이후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하는 복합재해는 기존 재해보다 사회·생태계에 훨씬 큰 위험을 초래한다”며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수립할 때 이러한 복합재해의 비선형적 증가와 지역별 위험 특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