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 참여 기업이 늘었지만 중요한 지배구조 관련 사항을 제외하는 등 대부분 형식적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을 벤치마킹해 밸류업 공시를 실시했지만, 기업들의 참여와 의지 모두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와 거래소가 적극 관여해 상장사를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7일 공개한 ‘3월 기업가치 제고 현황’을 보면, 지난달 말 밸류업 공시(본 공시 기준)를 마친 상장사는 총 587사(코스피 305사, 코스닥 282사)로 전월보다 407사 늘어났다.
이중 삼성전자를 포함한 405사가 고기업에 해당돼 신규 공시에 나섰다. 지난 2월 말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세제혜택을 받는 고기업은 과세특례 충족 사실 등을 밸류업 공시를 통해 기재해야 한다.
문제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공시 참여와 의지 모두 부족하다는 점이다.
코스피에선 전체 36.3%(305사), 코스닥에선 16.2%(282사)만 공시에 참여했다. 당국이 벤치마킹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경우 2023년 관련 공시(자본비용·주가 의식 경영 요구) 도입 이후 2년 1개월만에 프라임시장(최상위 시장) 상장사 92%가 공시에 참여했다. 2부 시장격인 스탠다드시장 상장사도 51%가 공시에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내용면에서도 대부분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고기업인 삼성전자, LIG넥스원, JYP엔터테인먼트, 리노공업 등도 간략한 사업계획과 성향 수준만 공개했다. 이들이 밸류업 우수기업만 편입되는 밸류업지수에 포함돼 혜택을 누렸으나 밸류업 공시엔 간략한 내용만 담았다.
앞서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고기업 과세특례 시행 첫해인 만큼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는 소득 특례요건 충족 사실, 성향 목표, 자본적 지출(CAPEX) 등 핵심 내용만 본문에 기재하도록 하고 나머지 서술 내용은 기업의 자율에 맡긴 영향이 크다.
특히 밸류업 공시의 핵심이기도 한 지배구조 관련 사항이나 사내 리스크 요인 등에 관한 공시도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이를테면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주가치 침해 우려가 불거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지배주주의 지배력 방어 논란에 휩싸인 한진칼도 관련 내용을 공시에 포함하진 않았다. 공시 가이드라인은 사내 리스크 요인과 주주와 시장참여자의 관심도가 높은 지배구조 관련 사항을 공시에 포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에 기관투자가 참여도를 끌어올리고 일본처럼 거래소가 직접 상장사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일본은 일본공적연금(GPIF)가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며 기업 변화를 압박해 공시에 나섰지만, 국민연금은 큰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기업의 상황과 행동을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이것이 공시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올해 여름부터 프라임시장 상장사 중 미공시 기업을 대상으론 공시하지 않은 이유와 향후 계획을 공개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