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의 한 장면. 스트리머 ‘HS 티키토키’(왼쪽)과 루이 서루의 모습. 넷플릭스 갈무리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게이는 끔찍해요. 제 아들이 게이면 저는 절연할 겁니다…엄마 앞에서는 이런 말 못 해요. 페미니스트라. 제가 하는 말 들으면 절 팰걸요.”
다소 충격적인 이 발언은, 최근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매노스피어’ 인플루언서 ‘HS 티키토키’가 다큐멘터리에서 한 말입니다. ‘매노스피어’는 ‘남성(man)’과 ‘영역(sphere)’의 합성어로, 온라인에서 형성된 남성 중심 커뮤니티를 가리킵니다. 단순한 친목을 넘어, 남성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 아래 ‘강한 남성성(알파메일)’의 회복을 주장하는 일종의 이념적 네트워크죠. 이들은 ‘강한 남성성’과 반대된다고 생각하는 여성, 성소수자, 허약함, 빈곤 등을 경멸하는 게 특징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사상은 숏폼 콘텐츠 등을 통해 어린 남성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며, 이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의 한 장면. 스트리머 ‘HS 티키토키’의 모습. 넷플릭스 갈무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스니코’를 촬영하고 있다. 넷플릭스 갈무리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아>의 진행자인 루이 서루(Louis Theroux)는 ‘매노스피어’ 인플루언서들을 찾아갑니다. 운동·투자·헌팅 등을 다루는 영국의 인플루언서 ‘HS 티키토키’, 유해 콘텐츠를 유통해 모든 SNS 진출이 막혔던 ‘스니코’, 마이애미를 기반으로 한 팟캐스터 ‘마이런 게인스’, 매노스피어계 대부라고 불리는 ‘앤드류 테이트’의 최측근인 ‘저스틴 윌러’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믿는지’ 그리고 ‘왜 그것을 설파하는지’를요.
‘HS 티키토키’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해리슨 설리번은 “남자들이 진짜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친다고 말합니다. “세상은 기득권이 지배하고 있고, 남성은 착취당하고 있다”면서 이런 “매트릭스”(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이 빨간약을 먹고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비유)에서 남성들이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죠. 하지만 그의 사업구조를 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유튜브에서는 ‘진짜’들을 위해 준비했다며 자신의 그램 채널을 소개하는데, 이 그램에서는 성인 사이트와 투자회사를 홍보합니다. 티키토키가 “월급으로 모자란 세상에서 진짜 돈 버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알려주는 투자회사는 혹평 일색에, 수많은 이들이 돈을 잃어도 그는 고객을 모으기만 하면 돈을 받는 구조죠. ‘매트릭스’를 깨고 나와야 할 남성들은 그저 그에게 돈이 되는 ‘고객’일 뿐입니다.
다른 스트리머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자극적인 말을 온라인상에서 떠들어 구독자를 모으고, 이들을 대상으로 성인물 구매와 투자를 유도합니다. “왜?” 라는 질문에 이들이 하는 답은 단순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의 한 장면. 팟캐스터 ‘마이런 게인스’의 모습. 넷플릭스 갈무리
‘마이런 게인스’와 ‘저스틴 윌러’ 등이 설파하는 여성관도 경악스럽습니다. 한 남성이 여러 여성과 함께하는 것은 ‘알파메일’의 상징이고, 그렇기에 자신이 만나는 여성들도 이에 동의한다고 말하죠. 이들은 이걸 ‘원 사이드 모노가미’(일방적 일부일처제)라고 부릅니다. “여성은 식기세척기”라거나 “여자는 남자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하지만, 루이 서루가 이 말대로 행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들의 아내 혹은 애인에게 다가가니 극도로 불안해합니다. 대화 자체를 막기도 하죠. 인플루언서는 루이 서루의 질문에 궤변을 마구 늘어놓다가, 결국 자기모순에 빠져 촬영팀을 밀어냅니다.
매노스피어를 설파하는 인플루언서 중 일부는 음모론에 빠지기도 합니다. ‘스니코’가 그 대표적인 예죠. 과도하게 선정적인 콘텐츠를 게시한다는 이유로 모든 SNS에서 차단당했던 그는, 최근 유튜브로 복귀해 극우 음모론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흐름이 10대 남성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길에서 만난 스트리머에게 팬이라며 눈을 빛내며 다가오는 이들은, ‘더 나은 남성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더라도, 남성우월주의적 사고에 빠지거나 극우 음모론에 젖어 들게 됩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의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루이 서루는 영국의 방송사 BBC를 중심으로 활동한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기자입니다. 25년여간 60편 이상의 다큐를 제작했는데 극단주의자, 사이비 종교, 포르노 산업, 감옥 수감자 등 논쟁적이고 불편한 대상을 주로 다뤘습니다. ‘타임’은 그를 “영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비판 대신 관찰을 택하는 인터뷰어”로 평가합니다.
그의 방식은 단순합니다. 순진한 척 질문을 던지고 답을 끝까지 듣습니다. 판단을 유보한듯한 모습으로 상대를 방심시키면, 인터뷰이는 스스로 더 많은 것을 드러냅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도 루이 서루는 직접적으로 인터뷰이를 공격하지 않고, 몇 개의 질문만으로 무너뜨립니다. 멋지게 연출된 화면과 화면 뒤 초라한 모습을 이어 붙이는 등 연출도 발군입니다.
그의 다큐멘터리는 대상에게 직접적으로 마이크를 쥐여준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들을 그대로 관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1020 남성들의 극우화 현상에 궁금증이 있었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