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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할 만한 남자가 이상형", 이 말이 왜 불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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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지적 호신술] '존경'에 대한 오해

<나는 솔로> 방송 화면 갈무리

ⓒ SBS PLUS

지난 2월 초 방영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솔로> 30기에서 한 여성 출연자가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제가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화면을 지켜보던 MC 데프콘은 즉각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라며 질색했다. 이어서 "도대체 어떤 걸 존경하느냐. 위인급이어야 하느냐. 여성분들 '존경할 만한 분' 이런 말 하지 마세요. 남자들은 몰라요"라고 덧붙였다.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연애는 수평적 관계인데 왜 굳이 존경을 찾느냐", "결국 나보다 돈 잘 벌고 조건 좋은 상향혼 대상을 원한다는 뜻 아니냐"는 반응들이 올라왔다. 이들이 말하는 '존경'은 나보다 뛰어난 성취를 이뤘거나 경제적·사회적 조건이 월등한 대상에게 매료된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읽힌다.

'존경(respect)'의 어원인 라틴어 '레스펙타레(respectare)'는 '거리를 두고 돌아보다', 즉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배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 진정한 존경은 지배나 의존의 소산이 아니다. 나 자신이 독립적인 주체로 바로 섰을 때만 가능한 자유의 활동이다. 프롬은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존경을 사랑의 4요소(보호, 책임, 존경, 지식) 중 하나로 꼽으며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존경은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존경은 오직 자유를 바탕으로 해서 성립할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존경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독립적인 주체라는 증거다. 프롬은 "내가 독립을 성취할 때에만, 즉 남을 지배하거나 착취하지 않아도 서서 걸을 수 있을 때에만 존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누군가를 존경하는 마음은 타인의 탁월함을 알아볼 수 있는 내면의 힘이자 능동적 활동인 셈이다.

존경은 상대에게 의존해 내 자아를 잃어버리는 굴복이 아닌, 서로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심리적 독립이 전제된 상태에서만 가능한 성숙한 연결이다. 에리히 프롬이 '존경'을 사랑의 기술이라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를 존경한다는 것은 그 쉼표의 공간을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고백이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들렸다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존경을 사랑의 기술이 아닌 서열과 의존의 언어로만 좁게 소비해 왔기 때문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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