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고 곽진수 중위 사건이 던지는 질문
이 글은 2024년 1월 1일, UAE 아크부대 파병 중 사망한 고 곽진수 중위의 어머니가 작성했습니다. 본 글은 고 곽진수 중위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유가족이 진행한 정보공개청구, 국민신문고 민원 답변, 국방부 공개자료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관련 자료로 국방부 국민신문고 민원 답변서, 정보공개청구 결정통지서, 국방부 공개자료 등을 참고하였습니다. <기자말>
해외 파병은 군 복무 가운데서도 가장 특별한 임무 중 하나다. 낯선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하며 군사 협력과 외교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때로는 전투 상황에 준하는 훈련과 작전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임무다.
2024년 1월 1일,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된 아크부대에서 한 초급 장교가 사망했다. 그 장교는 필자의 아들이었다.
이 글은 한 유족의 개인적인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사건 이후 아들의 사망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외 파병 장병에게 적용되는 보험, 보상, 그리고 위험도 평가 체계를 처음으로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해외 파병 장병의 위험은 과연 제도적으로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가.
현재의 제도만 놓고 보면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파병 수당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해외 파병 장병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군인 및 군무원의 해외파견근무수당 지급 규정'에 따라 결정된다. 수당 등급은 크게 임무 종류, 지역 위험도, 특수업무 가중치 등 세 가지 요소를 합산해 산정된다.
이 세 요소의 합산 결과에 따라 해외파견근무수당의 등급이 결정된다. 등급이 높을수록 기본급에 더해지는 해외파견근무수당이 높아지며, 각종 수당·보상 설계의 기초 자료로도 활용된다.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주요 해외 파병 부대의 현재 등급 구조는 다음과 같다.
▲ 해외파병 부대유형 및 등급현황
표 1은 해외 파병 부대별 위험도 산정 기준을 비교한 것이다. 위험도 평가는 임무 종류, 지역 위험도, 특수근무 여부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하여 종합 등급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표에 따르면 한빛부대는 임무 종류 2점, 위험도 3점으로 종합 5점, 동명부대는 임무 종류 3점과 위험도 3점으로 종합 6점, 청해부대는 임무 종류 4점, 위험도 2점, 특수근무 1점으로 종합 7점이 부여되어 있다. 반면 아크부대는 ‘기타활동’으로 분류되어 임무 종류 1점, 위험도 1점, 특수근무 1점으로 종합 3점이 산정되어 다른 파병 부대에 비해 가장 낮은 등급으로 평가되어 있다. 이는 해외 파병 부대 간 임무 성격과 위험도 평가 기준이 서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파병 장병의 임무 특성과 실제 활동 수준에 비추어 위험도 평가 기준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 출처 : 국방부 민원답변 자료 재구성
2011년에 결정된 아크부대 위험도
더 주목할 점은 이 등급이 언제 결정되었는가이다.
합동참모본부 답변에 따르면 아크부대의 위험도 평가는 2011년 1월 해외파견근무수당 검토 과정에서 단 한 차례 이루어졌다. 당시 합참은 아크부대 임무를 '교육훈련 지원', 지역을 '비전투지대'로 판단했고, 이 검토 결과는 국방부에 건의되어 같은 해 아크부대 수당 등급이 결정되었다.
이후 특수전사령부 파병 장병에게 적용되는 특수업무 가중치가 더해지면서 현재의 3등급 수당 구조가 형성되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공식 답변에 따르면 이 평가는 현재까지 재검토된 적이 없다. 즉 아크부대 위험도 평가는 2011년 이후 약 15년 동안 공식적인 재평가 절차가 확인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는 구조다. 이 기간 동안 중동 정세는 여러 차례 긴장을 겪었고, 아크부대의 임무 범위 역시 초기보다 확대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때의 평가가 지금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외파병 장병이 사망할 경우 적용되는 보상 구조 역시 이러한 위험도 평가와 무관하게 설계되어 있다. 현재 제도에서는 해외파병 중 사망하더라도 국내 근무 중 사망과 동일한 1억 원의 국방부 단체보험 사망보상이 적용된다. 이는 파병으로 인해 증가하는 위험이 제도적으로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제도적 구조와 실제 임무 사이의 차이를 보면 문제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러나 아크부대의 실제 임무를 보면 제도상의 분류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크부대는 국방부와 군이 공개한 공식 소개 자료와 국회 보고 등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UAE 특수전부대와 함께 특수전 연합훈련, 실사격 훈련, 대테러 훈련, 특수작전 교육훈련 등 다양한 특수작전 관련 훈련과 군사협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상 분류는 여전히 '교육훈련 지원' 또는 '기타 활동'으로 되어 있다. 특수전 부대 간 군사 협력 임무가 수행되고 있음에도 위험도 평가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위험도 평가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더 큰 문제는 위험도 평가 기준의 투명성이다.
유족이 정보공개를 통해 해외 파병 지역별 위험도 평가 기준과 근거 자료를 요청했을 때 이에 대해 국방부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공식 답변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국방부 복지정책과는 외교부와 합참에서 지정한 등급을 바탕으로 수당지급액의 산정 기준을 판단하는 부서입니다. 따라서 청구인께서 요청하신 해외파병 지역별 위험도 평가에 사용된 구체적 근거자료는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해외 파병 장병의 위험도를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검증 가능한 구조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위험도는 기록되어야 하고, 재평가되어야 하며, 공개되어야 한다
해외파병 위험도는 단순한 수당 산정 기준이 아니라 장병의 안전 정책과 보상 체계 전반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제기된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의 불운한 사건으로 좁혀질 수 없다.
아크부대의 위험도 평가가 2011년 단 한 차례 이루어진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 그 평가의 근거 자료를 국방부가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공식 답변, 그리고 실제 임무와 제도상 분류 사이의 격차는 모두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해외 파병 위험도 평가 체계에는 현재 세 가지 공백이 존재한다.
첫째, 정기 재평가 의무가 없다. 파병이 시작될 때 결정된 위험도 등급은 지역 정세가 바뀌어도 자동으로 갱신되지 않는다.
둘째, 평가 기준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 위험도를 어떤 자료와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셋째, 사후 검증 경로가 없다. 파병 장병이 사고를 당했을 때 해당 지역 위험도 평가가 적절했는지 검토할 제도적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최근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아크부대를 포함한 중동 지역 파병부대의 안전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현재까지 파병부대의 피해는 없으며 방호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러한 긴장 상황은 오랫동안 고정되어 온 '위험도 3점' 평가 체계가 과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다시 묻게 한다.
위험은 사전에 완전히 예측될 수 없다. 그러나 위험을 평가하는 기준이 기록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재검토되며,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국가는 최소한 자신이 해야 할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해외 파병을 떠날 장병과 그 가족들은 지금의 제도 위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자신이 어떤 위험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지, 그 위험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
위험도는 기록되어야 하고, 재평가되어야 하며, 공개되어야 한다.
해외 파병은 국가가 명령하는 임무다. 그렇다면 그 위험을 평가하고 설명하며 기록하는 책임 역시 국가가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