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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안 됩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든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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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여성들은 참관 못하는 제주 마을포제... 3.8 여성의 날 맞아 다시 생각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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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8천여 신들의 고장 제주에서는 매년 2월이면 마을 곳곳에 마을 포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린다.

마을제라고도 불리는 마을 포제(酺祭)는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유교식 마을 제사로 음력 정월에 열린다. 마을 포제는 남자 유지들이 제관이 되어 주관하며 소, 돼지 등 가축을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동 의례로 마을의 안녕뿐 아니라 이웃 간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하는 마을의 중요한 연례 행사다.

제주에 이주한 지 만 5년, 제주의 민속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입춘제, 당굿, 영등굿 같은 제주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사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마을포제에 대한 관심은 계속 있었지만, 그동안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할 기회가 없었다.

리사무소에 연회비를 내는 리민에게는 핸드폰으로 마을의 여러 일정에 대한 안내 문자가 온다. 예를 들면 '000 차남의 결혼식' 또는 '000의 부고' 혹은 '노지 만감 재배기술 교육과정 신청안내' 등등이다. 얼마 전, 마을 포제 일정 알림 문자가 왔다. 입제부터 파제까지의 일정, 포제단의 위치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날짜를 보니 일정이 딱 맞았고 쾌재를 불렀다. 말로만 듣던 마을 포제, 드디어 갈 수 있다.

"요즘도 그렇다고요?" 되묻게 한 한마디

마을포제 음식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일하는 장소 입구. 여성들의 출입구로 명시되어 있음

ⓒ 김연순

우리 마을 포제날, 서울에서 온 후배와 남편과 함께 포제단을 찾았다. 포제단은 마을과는 조금 떨어진 외진 동산 같은 곳에 있었다. 가까이 가니 입구부터 이미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우리는 간신히 한쪽에 주차하고 내렸다. 노란색과 초록색 제의를 입고 검은색 제관을 쓴 장년의 남성들 몇몇이 보였다. 마을의 중요 행사에 마을 주민으로 함께 한다는 기대감과 함께 마을제에 임하는 경건한 마음을 갖추고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웬 젊은 남성이 막아서며 말했다.

"여자들은 들어오면 안 됩니다. 저기 화장실 옆으로 돌아가면 여자들 모이는 곳이 있으니 그리로 가시면 됩니다."

여자들은 마을제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 얼핏 듣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예전의 일이겠거니 했지 설마 지금, 2026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왜요? 여자들은 왜 못 들어가요?"

"마을의 풍습이 그렇습니다."

"네? 요즘도 그렇다고요? 진짜예요?"

몇 차례 되묻는 나를 보고 젊은 남자는 민망해 한다. 남자인 나의 남편은 그 자리에 머물게 하고 여자인 후배와 나를 데리고 여자들이 있다는 장소로 안내한다. 빨간 줄이 쳐 있는 바깥으로 돌아 화장실 건물을 지나니 좁은 방이 있었다. 그곳에 초록색 앞치마를 한 여자들이 빼곡히 있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안으로 들어서니 부엌은 꽤 넓었다. 여자들은 음식 냄새 가득한 그곳에서 전을 부치고 고기를 썰고 김치를 담고 음식을 담아냈다. 한쪽에서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인데 포제가 있다는 안내 문자를 받고 왔다고 인사하니 친절하게 맞아 주신다. 포제 있다고 찾아온 사람은 처음이란다. 마을제 지내는 장소에 갔다가 여자라고 제지 당해 왔다고 했더니, 한 여성이 "원래 여자들은 못 들어가요"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도 그렇다는 것이 좀 이상하다고 말하자 또 다른 여성이 말한다.

"어디에 건의 좀 해 주세요."

알고 보니 그 여성은 부녀회장이었다. 부녀회장님과 이 상황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고, 짧은 순간이지만 깊은 연대의 마음이 우리 사이에 흐른다고 느꼈다. 그분들만 일하는 것을 볼 수 없어 설거지라도 돕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모두 일할 사람 많다면서 만류한다. 이왕 왔으니 먹고나 가라며 음식을 내주신다. 방금 집에서 밥 먹고 왔다고 사양하며 일 많은 것 같은데 설거지라도 하겠다는 내게 끝내 일거리를 안 주셨다.

너무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닐 뿐더러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 앉았다. 빙떡을 먹으며 바로 앞에 계신 나이 지긋한 삼춘(제주에서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나이 많은 어른을 그렇게 부른다)께 인사를 드렸다. 미소를 머금고 어디 사는지, 제주에 언제 왔는지 물으시며 친절하게 말씀을 건네신다. 빙떡은 생선과 먹어야 한다며 옥돔 접시도 내미셨는데, 매우 따뜻하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궁금한 게 많았지만 음식 준비로 바쁜 분들을 더 이상 번거롭게 해 드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부녀회장님과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조만간 따로 찾아뵙겠다고 인사 드리고 나왔다. 밖으로 나와 남편을 기다렸다. 마을제를 보는지 남편은 한동안 안 온다. 리민으로 회비를 내는 사람은 난데, 회비를 내지 않는 남편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마을제에 참석을 한다. 억울했다. 전통을 지켜가는 건 좋지만, 변화한 사회에 맞게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여성과 남성 모두 음식 준비도 같이 하고 마을의 중요 행사인 마을포제에도 같이 참석하는 것이 시대에 맞지 않겠나.

3.8 여성의 날을 맞아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

마을포제 장소

ⓒ 김연순

마을 포제에는 공적 지원도 있다. '제주도 마을 전승 의례 지원 조례'에 의하면 제주도 예산으로 마을포제 봉행을 위한 보조금을 지원하게 되어 있다. 마을 별로 평균 100만 원 정도의 금액인데 마을에 따라 최고 500만 원에서 최소 50만 원까지 지원된다고 한다. 이 금액만으로 마을제를 지내는 것은 어렵기에 마을의 주민들, 상가의 상인들은 봉투를 준비해 찬조금을 낸다. 마을마다 차이는 있지만 찬조금은 마을 포제를 지내고도 남을 정도로 꽤 많이 모인다고 한다. 남은 돈은 마을의 각 단체에 후원금으로 지원되기도 한단다.

마을의 안녕을 빌고 주민들 단합의 기회가 되는 전통 행사인 마을 포제. 전통 의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조례를 통해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지원을 한다. 그러나 금액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성평등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마을 포제가 진행되는 것에 행정은 왜 눈감는 것일까?

주민을 대표해 마을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들은 남성, 제사 지내는 동안 근처에도 못 가고 부엌에서 오로지 음식만 만들어 바치는 여성, 이것이 마을포제의 생생한 모습이다. 성별 위계 구조를 그대로 고착화 하는 마을포제, 이대로 괜찮을까. '성평등'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전통이란 미명 아래 '귀를 의심케 하는' 지금의 방식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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