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 측과 교섭 요구 과정에서 대체 차량에 치여 화물연대 조합원 1명 사망.... 뒤늦게 개입 나선 정부
▲
20일 오후 경남 CU 진주물류센터 입구에서 한 화물연대 관계자가 이날 집회 중 대체 물류차량을 막아서다 숨진 조합원의 영정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CU편의점 운영사인 BGF리테일에 원청교섭을 요구하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조합원이 사측이 투입한 대체배송 차량에 치여 숨지면서 CU 물류운송 노동자 파업 사태가 전면적으로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노조가 무리한 진압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가 일단 개입에 나서면서 심각해진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원청 교섭 계속 거부한 BGF, CU사태 방치한 정부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사고 현장을 찾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대화하자고 시작된 갈등, 유일한 해결책도 대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그는 "화물연대 집회 과정에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명복을 빈다. 살려고 나간 일터에서 노동자가 죽고 다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가슴이 아프다.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노사 대화의 장을 열겠다"라고 밝혔다.
노동부의 수장인 김 장관이 관련 글을 올린 건 하루 전 이곳에서 서아무개(58)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광양컨테이너지부장이 사측의 대체배송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참변이 벌어지면서다. CU지회 노동자들과 서 지부장 등은 BGF측의 대체배송을 저지하는 파업 집회를 벌였다. 그러나 경찰까지 투입되면서 BGF측의 2.5t 탑차가 결국 도로로 진출했고, 이를 막아서던 서 지부장이 목숨을 잃었다(관련기사: CU 원청교섭 노조투쟁 중 차량 덮쳐... 조합원 사망 https://omn.kr/2hv6e).
CU 물류운송 노동자들은 전국 25개 BGF로지스 CU물류센터 가운데 진주에서 편의점 상품을 운송하는 특수고용 화물노동자로 직접 교섭 등을 계속 요구해왔다. 'BGF리테일→BGF로지스→협력운송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속에 BGF측의 실질적 지휘·감독을 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낮은 운송료와 장시간·야간노동·상하차·분류작업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노출된 이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원청에 교섭 공문을 보냈는데, 제대로 응답을 받지 못했다. 노조에 따르면, 정작 돌아온 건 물량 축소나 계약 해지, 손해배상 압박이었다고 한다. BGF측이 직접적 책임을 회피하며 '센터·운송사·기사' 간의 협의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자, 이들은 물류배송 저지를 선언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경찰청 앞에서 전날 조합원 사상 사고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상자가 발생하자 화물연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수천 개 편의점이 24시간 돌아가고 물동량이 엄청나지만, 고용된 화물노동자 숫자는 매우 적다. 이마저 하청 상황"이라며 "과적과 장시간 노동, 휴무 반납이 강요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자는 건데 원청이 이에 응하지 않더니 이런 일까지 일어났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뒤늦게 수습 뛰어들어... 노동자 숨진 상황에서 해법 찾을까?
정부는 뒤늦게 수습 작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해당 2.5t 탑차 기사를 입건한 경찰청이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본청 감사관실 차원의 신속한 진상조사를 약속한 데 이어 고용노동부는 김 장관이 급히 현장으로 이동해 화물연대와 만나는 등 "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공지했다.
여기에 더해 김 장관은 사실상 원청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글까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정부도 국무총리실 차원으로 노사간 대화·조정이 필요하단 공식 입장을 내면서 CU 사태는 '해법 찾기냐, 갈등 증폭이냐' 갈림길에 선 상황이다. 일단 BFG측도 수습에 협조하겠단 의사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와 진보정당은 사용자성을 확대한 법 개정 취지와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일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법 2·3조를 보완한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 중이고, 이 대통령은 경남타운홀 미팅에서 "과거처럼 부당한 탄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남경찰청 앞 항의방문에 나선 이재태 화물연대 전남본부 조직국장은 "CU 대체차량을 막는 과정에서 공권력의 무리한 진압으로 서 지부장이 숨지는 황망한 일이 발생했다. 믿을 수가 없고, 너무 분노스럽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강은미 정의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경찰이 현장에 있었지만, 생명을 지키는 공권력은 없었다"라며 "예견된 위험을 끝내 밀어붙인 (결과 생겨난) 참사"로 규정했다.
상급단체는 논평으로 정부를 향해 책임을 물었다. 민주노총은 "대화 구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원청이 교섭을 거부해 온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동자성을 부정하며 선을 긋기보단 원청의 교섭 책임을 분명히 하고 실질적인 대화를 끌어내는 것"이라고 근본적 사태 해결을 압박했다.
▲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관계자가 센터 입구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센터 입구에서 집회 중 2.5t 화물차가 집회 참가자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중상·경상 각 1명)이 다쳤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