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을·평택을 등 격전지 부상
여야 대선주자급 총출동 가능성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미니 총선'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여러 지역에서 치러진다. 이미 5개 지역구가 선거구로 확정됐고, 지선 광역단체장 후보 출마에 따른 의원직 사퇴 수순으로 7개 지역구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인 대구시장과 제주도지사 등 후보 확정 결과에 따라 최대 15곳 이상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회의원 재보선 확정 선거구는 △인천 계양구을 △경기 평택시을 △경기 안산시갑 △충남 아산시을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갑 등 5곳이다. 제22대 국회 출범 당시 인천 계양구을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대통령, 충남 아산시을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역구였지만 각각 대통령 당선과 비서실장 임명에 따라 의원직을 내려놨다. 나머지 세 곳은 이병진(경기 평택시을)·양문석(경기 안산시갑)·신영대(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갑) 민주당 의원이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 및 대출 사기 등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한 곳이다.
여기에 △부산 북구갑 △인천 연수구갑 △광주 광산구을 △울산 남구갑 △경기 하남시갑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을 등 7곳도 선거구 확정이 유력하다. 민주당에서 전재수(부산시장 후보)·박찬대(인천시장 후보)·민형배(전남광주통합시장 후보)·김상욱(울산시장 후보)·추미애(경기도지사 후보)·박수현(충남도지사 후보)·이원택(전북도지사 후보) 의원이 각각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로 확정되면서다. 공직선거법상 현역 의원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30일 전까지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다만 재보선 선거구 확정시한(4월 30일)과 의원직 사퇴시한(5월 4일)에 시차가 있어 선거가 모두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 확정(5곳) 및 예정(7곳) 선거구 12곳 모두 기존 민주당 의석이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60석으로 원내 단일 과반 혹은 범여권 180석 이상을 유지하려면 단 1석도 내어주기는 아쉬운 입장이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측근과 청와대 참모, 친문(親문재인)계 의원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히며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재보선 공천을 놓고 '친명(親이재명) 대 친청(親정청래)' 대결 구도가 수면 위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따른다. 여기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중량급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뛰어들 가능성이 관측되면서 '미니 총선' 혹은 '잠룡 대전'으로 판이 커지는 분위기다.
'찐명' 김남준, 계양을 양보 못 한다?
인천 계양구을은 이곳에서만 5선 의원을 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지낸 지역구다. 송 전 대표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그해 재보선 공천을 받아 제21대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이후 당시 이재명 의원은 민주당 대표를 맡으면서 재선에 성공하고, 지난해 6월 제21대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인천 계양구을은 원내 1당 대표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적인 관심 지역구로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 당선과 함께 의원직 사퇴로 현재까지 10개월째 무주공산이다.
이 대통령 핵심 측근 '성남·경기라인' 4인방 중 한 명인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일찌감치 출마 의지를 밝히고 선거 운동에 나섰다.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무죄 판결로 복권되고 복당한 송 전 대표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인천 계양을 지역구 복귀를 희망하면서 김 전 대변인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에서 송 전 대표의 복귀를 부담스러워 하는 데다 후보 자리를 둔 '친명 대결'로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송영길, 인천ㆍ광주에 하남갑 출마설까지
인천 연수구갑에 송 전 대표의 출마설도 거론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박남춘 전 인천시장이 박찬대 후보와 호흡을 맞추며 일찌감치 출마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찬대 의원 입장에선 거물급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6선에 도전하면 거점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송 전 대표에게 지역구) 양보를 꺼릴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에서는 송 전 대표의 '광주 차출설'도 돌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전남 고흥 출생으로 광주 대동고를 졸업하는 등 호남이 고향이다. 다만 송 전 대표는 스스로 민주당 전남광주통합시장 경선 당시 김영록 전남도지사 명예 후원회장을 맡아 민형배 후보와 대척점에 선 것을 언급하면서 광주 출마 가능성을 일축한 상태다. 최근엔 송 전 대표의 경기 하남시갑 출마설도 나돌고 있다.
김용의 경기 지역구 쇼핑?
이 대통령의 '성남·경기라인' 4인방 중 다른 한 명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경기 지역 재보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안산시갑, 평택시을, 하남시갑 도전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 4월 1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싶고 경기도로 (지역구가) 선정됐으면 좋겠다"면서 "출마가 무리가 아니냐는 말이 있지만, 스스로 결백하다고 자신하기에 당에서 일할 기회를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일당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현재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김 전 의원이 경기 안산시갑에 나서면 민주당 내 '3파전' 혹은 '친명 대 친문' 구도가 예상된다. 지난 제21대 국회 당시 안산시단원구을(현 안산시을·병으로 분할 통폐합) 초선 출신 친명 김남국 민주당 대변인과, 안산시상록구갑(현 안산시갑) 3선 출신 대표적 친문계 전해철 전 의원이 이미 각각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김 전 부원장은 최근 안산 지역 활동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4월 14일 해당 지역구를 두고 김석훈 경기도당 수석대변인, 이기학 경민대 초빙교수, 한갑수 스마트환경위원회 위원장, 허승 전 안산도시공사 사장 등이 공천 심사를 위한 면접을 봤다.
경기지사 거절한 유승민, 하남갑 러브콜
경기 하남시갑은 만약 송 전 대표와 김 전 부원장이 모두 나서면 인천 계양구을과 마찬가지로 공천을 두고 또 다른 친명 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친윤(親윤석열)계 이용 전 의원(하남시갑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준비하는 가운데, 최근 유승민 전 의원의 '등판론'이 나오고 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유 전 의원과 같은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중도보수 성향의 거물급 인사가 나서 주면 전체 판세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하남시갑은 주변 지역,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민주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6선 추미애 의원의 지역구 탈환이라는 정치적 상징성도 크다"고 봤다. 다만 유 전 의원은 현재로선 하남시갑 출마 가능성에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앞서 여러 차례 유 전 의원에게 경기도지사 출마를 요청했으나 본인이 고사한 바 있다.
조국 등판으로 '격전지' 된 경기 평택을
특히 경기 평택시을이 이번 재보선에서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민주당에서는 서재열 스카이학원 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가운데, 김용 전 부원장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 4월 16일 경기 평택을 찾아 최원용 민주당 평택시장 예비후보를 만났다. 최 예비후보의 공동 후원회장으로 방문한 거라지만, 일각에서는 평택 출마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따른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 4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평택시을 출마와 관련해 "공당 대표가 그런 결정을 할 수 있고, 야인으로서 (조 대표의 결정이) 옳다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조 대표의 동향을) 전략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하는 건 (공천 문제를) 지혜롭게 풀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4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택시을 재보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조 대표는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갑, 경기 안산시갑, 경기 하남시갑, 부산 북구갑 등 여러 지역구를 두고 출마지를 타진해 왔다. 그는 이곳을 선택한 이유로 "평택을은 지난 19~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승리한 곳으로 민주개혁 진영에는 험지 중 험지"라며 "부산은 고향이고 당연히 애착이 있지만 민주당 귀책 사유로 재보궐이 난 지역이 아니다. 하남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 귀책 사유가 있는 지역, 국민의힘 후보가 있을 경우 내가 나서야만 이길 수 있는 지역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평택을 택했다"며 "민주당은 (사고지역) 무공천 원칙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평택시을 지역구 3선(2014년 재보선 및 20·21대 총선) 출신 유의동 전 의원, 19대 총선에서 평택시을에 당선됐다가 무효된 이재영 전 의원, 강정구 전 평택시의회 의장, 이병배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4명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야권에서 김재연 진보당 대표도 평택시을 출마를 선언하고, 자당이 후보를 낸 울산시장과 '패키지 단일화'를 타결하자고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 대표를 향해 "대의도 명분도 없다"면서 출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도전장을 냈다.
"曺 한번 붙자" 한동훈, 부산 북갑 출마
한편 전재수 의원이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비워질 부산 북구갑 지역구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지난 4월 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주민과 함께 찾아 전입신고를 마친 뒤 "오래오래 부산, 북구, 만덕 시민과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며 "동남풍을 일으켜서 보수 재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의 부산 북구갑 출마설이 돌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해당 지역구 전재수 의원이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하 수석에게 "할 일이 많은데 누가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면 안 된다"면서 만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 후보를 모두 전략공천한다는 건 정청래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를 위해 당권 장악력을 높이려는 셈법"이라며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지 교통정리가 지지부진한 것도 정 대표 입장에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막강한 경쟁자의 귀환이 달갑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특히 하 수석을 두고 청와대와 여당의 표면적 갈등이 불거지는 모습이지만, 하 수석의 '몸값 띄우기'를 위한 '약속대련'일 수도 있다"면서 "재보선 공천을 두고 민주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